기업 '甲질' 비난받자 활개치는 블랙컨슈머

조규봉 최민지 기자 2015. 1. 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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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무릎 꿇리거나 침 뱉기 예사.. 유통기한 트집잡아 억지 보상 주장

요즘 '갑(甲)질'하는 기업치고 온전한 곳이 없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잘못 걸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기업들도 안팎으로 입단속 행동단속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갑질 여론몰이를 악용해 활개를 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기업들의 상황을 악용한 '블랙컨슈머들'이다.

식음료, 패션 유통업계에선 평소보다 많은 블랙컨슈머들로 인해 골머리가 아플 정도다.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여차하면 무릎을 꿇거나 고객이 뱉은 침을 맞는 모욕도 견뎌 내야 한다. 블랙컨슈머 사례로 본 유통업계 종사자들에게 인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블랙컨슈머도 고객이라는 미명하에 갖은 고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초 A백화점 매장 직원은 고객으로부터 부모에게도 듣지 못했던 욕설을 들었다. 고객 실수로 제품에 물 빠짐이 생겨 교환을 못해준다고 고객에게 응대하자, 갑자기 고객은 매장 직원에게 화풀이하며 폭언을 했다. 그러면서 욕설고객은 세탁소에서 잘못한 것이지만, 어쨌든 백화점 측에서 대신 세탁소에 항의해 상품 가격을 받아 내달라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또 다른 고객은 구매한 패딩(구스다운)에서 털이 빠진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매장 직원은 "박음 선에 따라 털이 약간 빠질 수 있는데 일정량 이상의 털이 빠질 경우 제품하자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고객은 심의기간 중 입을 수 있는 옷을 백화점 측에 제공해 달라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한다. 하지만 매장 직원이 불가하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패딩을 던지고 소란을 피웠다.

블랙컨슈머들의 갑질은 대형마트에서도 이어진다. PB 토마토 주스를 구매한 고객이 먹고 남은 주스를 냉장 보관하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알고 버리기 위해 꺼내놓는다. 이후 토마토 주스를 버리기 위해 뚜껑을 열자 주스 잔여물이 벽지로 튀는 일이 발생한다. 이 고객은 얼룩 값으로 벽지 교체 비용 등 200만원을 요구했다. 당연히 대형마트는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고객에게 전했지만, 이 고객은 오히려 "보상을 안 해주면 유통기한이 지났던 상품을 사왔는데 배상은커녕 환불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협박했다. 이어 "PB제품이라서 피해가 클 테니 원하는 돈을 주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며 합의하자고 요구했다"고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성을 지르고 억지를 부리면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생각을 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심한 경우 매장에 침을 뱉거나 매장 직원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하는 일도 있으며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자신의 말을 복창하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조규봉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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