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보험금 타려고' 남편·아들 사망 신고

고아름 2015. 1. 2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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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노숙 생활까지 했던 20대 청년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고용보험 등을 신청하려는데 회사로부터 자신이 '사망 처리'됐다는 황당한 얘기를 듣습니다. 오랫동안 경찰에 실종 신고돼있다가 결국 법원의 판결까지 거쳐 사망자로 처리됐다는 거죠. 이 청년이 숨졌다며 구청에 사망 신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청년의 어머니였습니다.

서울에서 홀로 사는 55살 최모 씨는 90년대 말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습니다. 최씨는 2007년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아들 정모 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합니다. 그리고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최씨는 지난해 아무래도 아들이 숨진 것 같다며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아냈고, 사망 신고까지 해버렸습니다.

아들을 사망 처리한 최씨가 향한 곳은 보험사. 아들 앞으로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 등 세 개의 보험 상품을 들어 놓았고, 사망 보험금으로 1억 7천여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씨는 보험금을 받는 대신 경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최씨가 아들의 실종 신고를 하고 나서 종신보험 두 개에 가입한 점. 또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가 아들이 실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5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꼬박꼬박 내온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겁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아들은 살아있었습니다. 심지어 몇 차례나 어머니에게 자신의 '생존 사실'을 알렸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어머니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아들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최씨의 범행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최씨는 이미 10여 년 전, 별거 중이던 남편에 대한 사망신고를 내고 실제로 사망 보험금 2천만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번 범행에 성공하자, 아들 앞으로 보험 상품에 여러개 가입하면서 더 대담한 범행을 준비해온 것입니다.

두 번이나 살아있는 가족을 '사망자'로 만든 최 씨의 범행은 허술한 제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실종신고를 하고 5년이 지나면 가정법원에 '실종 선고 심판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출입국 기록과 휴대전화 개통 여부 등 간단한 사실만 확인하고 '실종 선고'를 내립니다. 별다른 직업 없이 살아온 최씨의 아들은 휴대전화도 없었고 외국에 나간 경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씨의 아들은 실종 신고가 된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경찰이 최씨에게 "아들을 찾았다"고 전했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실종 선고를 내리기 전 이런 기록까지 세심하게 살펴봤다면, 산 사람이 죽은 사람으로 둔갑하는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사망자' 상태인 최씨의 아들은 실종 선고 심판 취소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한때 사망자였던 최씨의 남편 역시 지난 2011년 취소 소송을 제기한 끝에 '산 사람'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가기 [뉴스9] 멀쩡한 아들·남편 허위 사망 신고…보험금 '꿀꺽'

고아름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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