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2015. 1.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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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 꼬띠아르는 아름답다. 미의 여신들 사이에서도 빛을 잃을 리 없다. 그 외모를 가리는 건 오로지 그녀의 연기뿐이다. 그 특별한 외모로 다양한 생의 스펙트럼을 선사한다.

"부모님의 창조적 기질이 제게 맴돌고 있는 걸 계속 느꼈어요." 유년시절 마리옹 꼬띠아르가 꿈꾸던 내일은 부모님을 향해 있었다. 무대에 오른 부모님을 통해 잉태된 꿈은 자라나길 멈추지 않았다. 배우가 되고자 했다. 그런 딸에게 부모는 애정과 진심이 담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해." 파리에서 태어나 루아레의 오를레앙에서 성장한 꼬띠아르가 다시 파리를 찾은 건 16세 무렵이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함께였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러하듯 꼬띠아르에게도 갖은 오디션을 거쳐 제작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여느 배우들처럼 나름의 성공담도 생겼다. 뤽 베송의 <택시>(1998)를 통해 상업적 성공을 맛봤고, 팀 버튼의 <빅 피쉬>(2003)를 통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름값이 올랐다. 하지만 마리옹 꼬띠아르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경력은 아무래도 <라비앙 로즈>(2007)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재연해야 하는 이 영화는 그녀에게 영광의 첨탑일 수도,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었다. 꼬띠아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망설임보단 끌림이 더 컸다. 그래서 에디트 피아프의 오랜 연인이자 작사가였던 조르주 무스타키와 15년 지기 친구였던 기뉴 리셰를 찾아가 그녀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꼬띠아르는 용기를 얻었다. 결국 에디트 피아프가 돼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그녀는 이듬해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거머쥐었다. 파리에서 태어나 배우를 꿈꾸던 소녀가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배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극도로 몰입했던 역할이었던 탓에 8개월 정도는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소회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거친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이었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은 유럽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거장이자 형제 감독이다. 흔히 다르덴 형제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은 실제적인 연출을 통해서 이 세계와 밀착된 영화들을 더러 만들어왔다. 그들의 영화에선 흔히 스타라 불리는 유명 배우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는데 오히려 그런 특성이 낯선 얼굴들로 둘러싸인 이 세상의 사실적 너비를 대변하고 현실에 대한 설득력을 더해준다. 마리옹 꼬띠아르의 최근작인 <내일을 위한 시간>은 바로 다르덴 형제의 연출작이다. "에이전트에서 전화가 왔는데 다르덴 형제가 저와 일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제 인생의 영화 다섯 편 가운데 두 편이 그들의 영화라고요. 존경한다는 말로도 부족한 감독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건 꿈이란 단어로도 부족하죠. 정말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단 말이에요." 어쨌든 꿈은 이루어졌다.

지난해 제임스 그레이감독의 <이민자>로 칸영화제를 찾았던 꼬띠아르는 <내일을 위한 시간>으로 올해에도 칸 레드 카펫을 밟았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오랜 병가 끝에 직장으로 복귀하려던 여성 산드라가 직장에서 해고될 위기에 직면한 뒤 이를 해결하고자 회사 동료 직원들을 찾아가 자신의 복직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고 기구하다. 회사에서 산드라를 해직시키면서 직원들의 보너스 지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산드라가 그 보너스 대신 자신의 복직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동료들의 집 문을 두드릴 때마다 긴장감에 두들겨 맞는 기분이 든다. 간절한 희망과 척박한 절망을 가로지르는 산드라, 즉 마리옹 꼬띠아르의 얼굴은 <내일을 위한 시간>의 1박 2일의 서사를 아우를 만큼 스펙터클 그 자체다.

"산드라는 평범한 여자이자 자신이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알고 있는 노동자예요. 동료들이 자신의 복직 대신 보너스를 선택하는 걸 이해하죠. 결국 이 영화는 누군가를 심판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이 영화의 힘이죠." 꼬띠아르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 의도는 항상 그림자 속에 있듯 숨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와 잘 맞았어요. 저는 항상 제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거든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산드라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길 바랐어요. 이런 제게 다르덴 형제와의 작업은 최고였죠." 한 달이 넘는 리허설 과정을 거치고 한 장면만 250번이 넘도록 촬영하는 다르덴 형제의 완벽주의는 그녀에겐 즐길 만한 과정이었다. "이런 리허설 과정을 거쳐야 촬영할 때 배우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누구보다 요구사항도 많고요. 그들에겐 모든 디테일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그토록 강렬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 마리옹 꼬띠아르는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들의 삶을 연기해 왔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여인을 연기한 <러스트 앤 본>(2012)과 매춘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민자 여성을 연기한 <이민자>(2014)에서, 생을 경멸하고 싶을 만한 비극으로 내몰린 여성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 비극적 삶을 관통해 또 다른 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첨예하고 성실하게 대변한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도 삶에 대한 비관과 절망으로 이끌려가는 여성이 힘겹게 자기 삶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온전히 자신의 육체와 표정만으로 극적인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어지럽게 뒤흔들다가도 평온하게 가라앉는다. "연기를 할수록 점점 캐릭터에 밀착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언제라도 극중 캐릭터가 될 수 있는 현실 속의 수많은 여성과도 연결 된다고 느껴지고요." 이제 그녀에게 연기란 세상의 수많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가깝다. 애초에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인간에 대한 의문이 너무 많아서 한때 문제가 많은 아이 취급을 받을 정도였어요. 그 덕분에 배우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부모님이 배우인 영향도 있지만 인간을 탐구하고 싶은 갈망이 더 컸어요."

최근 꼬띠아르는 뉴욕비평가협회가 주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 공개된 제임스 그레이감독의 <이민자>와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기 덕분이다. 뉴욕비평가협회는 이듬해 아카데미 수상 향방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시상식 중 하나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다시 한 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이야기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건 그녀 자신에게도 벅찬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오스카 트로피보다 중요한 건 이미 그녀의 곁에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훌륭한 감독들과 작업하며 수많은 역할을 해내고, 다양한 장르와 영역을 탐험할 수 있길 꿈꿔왔어요.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옮겨 다니며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그 꿈이 이뤄진 거죠." 마리옹 꼬띠아르라는 스펙트럼은 그렇게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더욱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editor 민용준 photo JEAN-BAPTISTE MONDINO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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