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청년 실업률..일자리는 왜 사라졌을까?

박종훈 2015. 1.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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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⑤

2014년 12월, 청년 실업률이 9%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져 단기 계약직으로 취직한 청년 비중이 2008년 11.2%에서 단 6년 만에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 같은 최악의 청년 실업률에 대해 일부에서는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우리 청년들이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산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스스로 실업을 택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청년들의 탓으로 돌린다. 따라서 청년실업의 해법도 간단하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3D산업으로 가면 다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배운 경제원론에 따르면 모든 시장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따라서 3D산업에서 일하려는 청년이 줄어들어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해지면 임금이 올라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취직이 어려운데도, 3D산업의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 기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3D산업을 기피하는 청년을 욕하지 마라!

2011년 11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서호주 지역 지하광산에서 일하는 제임스 디니슨(James Dinnison)이라는 광부를 소개했다. 고등학교 중퇴 후 바로 광부 일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한 해 무려 20만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1억 7000만 원이나 되는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호주에서는 광부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어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의 2배에 가깝다. 게다가 직장의 안정성도 높기 때문에 호주에서 광부는 3D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있는 직종이 되었다.

이와 같이 '3D업종'이어서 근로자들이 기피하게 되면 노동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이를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을 만큼 임금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용접공이나 배관공 같은 힘든 직업이 일반적인 사무직 근로자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직장의 안정성과 연봉만 받쳐준다면 광부나 용접공 같은 3D업종도 얼마든지 인기 직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청년들이 그렇게도 기피한다는 3D업종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일까? 한 해 수십만 명씩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그 이유 중 하나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면 3D 업종의 기업들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적절한 균형점까지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존재하는 한, 굳이 우리 청년들을 비싼 값에 고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무리 낮은 임금이라도 몇 년만 일해서 돈을 모아 고국에 돌아가면 꽤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꿈을 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외국인 근로자 수준의 저임금을 받게 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키우며 사는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차이를 도외시한 채 '외국인 근로자들은 3D업종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몰려오는데, 정작 같은 일을 하려는 한국 청년은 찾을 수가 없다'며 우리 청년들을 나약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부당한 일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비정규직의 임금을 거의 동결시켜온 탓에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너무나 크게 벌어진 점도 청년 실업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의 37%밖에 되지 않는다. 임금격차가 이만큼 벌어지면, 청년들은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30년을 일하느니 차라리 대기업에서 12년 일하는 편이 더 많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더구나 '미생'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처럼, 아무리 능력을 발휘해도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서 정규직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졸업 후 취업이 안 된다고 곧바로 비정규직을 택하는 것보다 대기업 정규직에 계속 도전하는 편이 청년들에게 훨씬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당장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3D직종이나 비정규직이라도 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국 젊었을 때부터 꿈과 희망은 모두 내던져 버리고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비루한 선택이라도 빨리 하라며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왜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바꿔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우리 청년들에게 척박한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라고만 강요하는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성장과 발전을 향한 꿈을 버린다면 대한민국의 꿈과 미래도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경제 관료들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포기하고 현실의 고통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더 큰 꿈을 갖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라! 독일이 시위한 까닭은?

1996년 독일 뮌헨(Munich)에서는 우리나라의 시각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파업이 일어났다. 건설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절반 수준으로 받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자신들과 동등하게 올려달라며 파업을 한 것이다. 이 같은 파업이 독일 전역에서 계속되자, 결국 독일 정부는 외국인 건설 근로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설정하였다. 당시만 해도 독일에는 최저임금 규정이 없었는데, 외국인 건설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파업은 독일 건설 근로자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휴머니즘에서 시작한 것이 전혀 아니다. 당시 건설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은 이미 노사합의 등으로 외국인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적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업에서는 아직 이 같은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건설업체는 외국인을 반값 이하의 임금으로 고용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독일 건설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파업을 벌인 것이다. 임금이 동일한 상황에서는 기업이 자국민을 제치고 외국인을 먼저 채용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밀려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막기 위해 오래전부터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적용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온 이주근로자들은 독일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고용되면 독일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나 차별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 된 셈이다.

우리가 기술력에서 결코 독일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우리 정부는 외국에서 저임금 근로자를 대거 불러들여 중국과의 원가 경쟁에 나서는 정책을 택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우리 청년들을 고용해 장기간 교육훈련을 거쳐 뛰어난 기술 인력으로 육성하는 것보다 당장 임금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비용을 낮추는 편이 단기적으로 훨씬 유리한 전략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는 3년 이상 고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술을 전수하기가 어렵고, 전수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우리의 잠재적 경쟁자가 되었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의 저임금 공세에 우리 청년들이 밀려나면서 '뿌리 산업'에서의 기술혁신 주체도 함께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와 달리 임금을 낮출 수 없었던 독일의 기업들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선택을 했다. 자국 청년들을 모두 뛰어난 기술인력으로 키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독일의 유명한 '일·학습 병행제(듀알레 시스템; Duales system)'이다. 보통 15~18세 정도면 학교를 다니며 회사에서 기술 교육을 받는 일·학습 병행제를 시작할 수 있다. 본 기자가 취재했던 독일의 중견기업 'ebm팝스트(ebm-papst)'의 경우 이 교육기간 동안 우리 돈으로 13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지급하고, 3년여의 교육과정이 끝나 정식 사원이 되면 300만 원을 지급한다. 그리고 일단 취직하면 대부분 근로자들이 65세까지 거의 50년 동안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렇게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제공하는데 어떤 청년들이 일·학습 병행제를 마다하고 대기업만 고집하겠는가?

더구나 이런 평생직장 구조는 독일 제조업에 놀라운 기술혁신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원래 제조업의 공정 혁신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수십 년의 현장경험이 축적된 기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 온 독일의 마이스터(Meister)가 제조업 공정 혁신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독일 정부와 노사 협력의 지혜가 독일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독일의 제조업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까지 막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하기 쉬운 나라'에서 기업은 더 쉽게 망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이 '기업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어야 국가 경제가 더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위험한 착각 속에서 우리 정부는 당장 기업들이 환율이 낮아 장사하기 어렵다고 하면 환율을 높여 줬고, 세금이 높아 장사하기 어렵다고 하니까 세금을 낮춰 주었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비용이 올라간다고 아우성치니까 외국인 근로자들을 저임금에 고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는 마치 자녀를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면서 아이를 망치는 부모와 같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들이 너무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작은 환경 변화에도 무너질 만큼 나약해진다.

환율을 높이면 당장은 더 장사하기 쉬울 것처럼 생각되지만,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서 인위적인 고환율 유지에 실패하면 고환율에 익숙해진 기업들은 외풍에 쉽게 무너지게 된다. 또한 기업하기 쉽게 하겠다고 법인세를 과도하게 낮춰주면 결국 모자란 세수를 채우기 위해 다른 경제주체의 세금 부담을 높여야 한다. 가뜩이나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계를 대상으로 증세를 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더욱 줄어들어 소비가 감소하고, 그 여파는 결국 기업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면 인건비가 줄어들어 기업은 더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소비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외국인 근로자는 수십 년 경험을 통해 이뤄지는 공정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기술력까지 퇴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책의 우선 순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의 추락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 실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청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정부가 두 손 놓고 있으면 아무런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더 편한 환경만 추구하고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경제 성장을 고스란히 반납하고서 일본의 20년 장기불황보다 더 암울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른다. 추락해가는 우리 경제와 청년들을 구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연재됩니다.

☞ 다시보기 <뉴스9> '[희망창조 코리아] "역전의 사다리를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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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기자 (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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