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추억

2015. 1. 1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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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풍경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눈이 쌓이듯 기억도 쌓인다. 하지만 기억은 녹지 않고 하얗게 보존된다. 각기 다르지만 한편으론 닮은, 여섯 조각의 하얀 기억들.

그토록 고대하던 아가

올해 4월에 남편의 고향인 캐나다를 찾았다. 4월인데도 밤새 눈이 내렸다. 그런데 다음 날 도로가 너무 말끔해서 놀랐다. 사실 캐나다에 도착하고 나서 몸이 썩 좋지 않았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여자의 직감이랄까. 남편 몰래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테스트해 보니 임신이었다! 남편의 고향인 토론토에 와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니 기쁨이 더했다. 이 사진들은 바로 그 다음 날 찍은 것이다. 표정만 봐도 알겠지만 나나 남편이나 그토록 고대했던 아기 소식에 한없이 기뻤다. 이제 곧 세상에 나올 우리 딸이 너무 보고 싶다.

김지우·배우

아버지와 산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눈 내린 북악산에서 찍었던 사진일 거다. 벙어리장갑에 털모자까지 쓴 모습을 보니 춥긴 추웠나 보다. 아버지는 직업 군인이었다. 유년시절엔 매일같이 새벽 6시 정각에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올라야 했다. 5남매가 모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눈을 비비고 산에 올라야 했다. 뛰라고 하면 뛰어야 했다. 그땐 그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지금 부지런하고, 건강하고, 계획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모두 다 그런 아버지 덕분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강하게 자랐고, 강하게 살고 있다.

최정화·미술작가

서로 닮아가는 것

올겨울 첫눈이 내린 날 크림이와 산책을 하러 나갔다. 크림이는 어릴 때 눈을 정말 좋아했다. '좋아서 미친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예전 같지 않다. 눈을 봐도 담담하다. 사실 나는 눈길에서 사고를 당한 기억 때문에 눈을 싫어했다. 그런데 크림이 덕분인지 예전만큼 눈이 싫진 않다. 어쩌면 크림이도 내가 눈을 싫어하는 걸 알고 나를 배려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서로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다. 요즘은 가끔 눈이 오면 기분 좀 낼까 싶어서 함께 산책을 나간다. 크림이의 속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영진·배우 & 패션 모델

editor 민용준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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