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파리' 베이루트 중심가에 사람 빼고 다 있다

이용성 기자 2015. 1. 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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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가 오랜 내전의 상처를 딛고 중동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베이루트는 지난해 미국 CNN이 발행하는 세계적인 여행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도시 25곳' 순위에서 프랑스 파리(22위)에 앞선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랫동안 중동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하며 '중동의 파리'로 불렸던 베이루트가 '원조' 파리를 누른 셈이다.

1990년 내전이 끝나고 레바논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들여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을 벌인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그림 같은 지중해풍의 건축물과 로마와 맘루크왕조(1250-1517)의 유적으로 내전 이전에도 관광지로 인기를 끌었던 베이루트에 고급 아파트와 버버리와 베르사체 등 명품 패션숍, 분위기 있는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갖춘듯한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이 모든 호사를 즐길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베이루트 시내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올해 27살의 모하메드 유네스는 관련 인터뷰에서 "돈이 많은 사람도 이곳(베이루트 시내)에 잘 오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치안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내전은 끝났지만 2006년 여름에는 이스라엘과 전쟁이 터지면서 레바논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여기에 더해 최근까지도 무슬림 종파 간 분쟁으로 폭탄 테러 등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레바논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 산유국의 부자들도 베이루트 방문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유도 있다. 단기간에 현대적인 도시로 개발하는데 급급해 전통이 사라지다 보니 전통적인 색채가 많이 사라져 서구 관광객이 느끼는 매력이 반감됐다는 것. 건축가이면서 역사 보존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모나 할락은 이에 대해 "시내 중심가에는 '영혼'이 느껴져야 하는데 베이루트 시내는 부자들을 위해 급조된 '문화가 없는 유령도시'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레바논의 전 장관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베이루트의 관광명소는 풍부한 역사와 자연"이라면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층빌딩과 초호화 상점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근로자 연평균 소득은 1만달러(약 1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유한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지 않는 이상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에 늘어선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와 스와로프스키 등 고급 브랜드숍과 가구당 매매가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들은 레바논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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