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야설(野說)]박찬호의 2003년 허리 부상 미스터리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5. 1.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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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박찬호. /사진=뉴스1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2001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FA가 돼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달러의 '블록버스터(blockbuster)'급 규모 대형 계약을 했다.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해도 650억원을 보장받았다. 그 겨울 FA 투수 랭킹 1위가 바로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텍사스 유니폼을 갈아 입은 첫해 햄스트링과 허리 통증으로 25경기에 선발 등판 145 2/3 이닝을 던지며 9승8패 평균 자책점 5.75를 기록했다. 에이스로서 매우 부진했으나 그래도 부상과 압박감에서 벗어나 다음 시즌에는 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03시즌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이었다. 12년 전으로 돌아가본다.

결국 텍사스 박찬호(당시30세)의 허리 부상 정도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가 선수 본인과 최 측근 외에는 아무도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남은 채 2003시즌도 끝났다. 시즌 초반 7경기에서 1승3패, 방어율 7.58을 기록한 박찬호는 페넌트레이스 대부분을 부상자 명단에서 보냈고 시즌 종료 역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상태에서 맞았다.

필자는 당시 '박찬호의 선수 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 본인이 시즌 마지막 달인 9월에 1~2경기 시험 등판을 해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등판하지 못한 것을 보면 심각한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부쩍 많이 받았다. 종전에는 '허리가 많이 아픈 것 아니냐?' 라는 의문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선수 생명까지 거론 될 정도의 '의혹'으로 바뀐 분위기였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내년(2004시즌)에는 반드시 재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그 답변은 박찬호의 허리 부상 정도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다는 필자만의, 근거가 부족한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까지 의혹을 제기할 만큼 혼란스러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박찬호의 허리 부상과 관련해 이런 저런 일이 전개되는 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3시즌 7월 말로 기억하는데 박찬호는 자신의 한국 내 매니지먼트사, '팀 61'의 김만섭 대표를 통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달인 9월에 몇 경기 시험 등판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소 느닷없기는 했지만 그를 아끼는 팬들에게 참 반가운 소식이었다. 필자는 당시 어리둥절하기는 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마운드에 올라 1~2경기 던져 보는 것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짐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전 투구 감각을 유지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었다. 허리 부상에서 완전히 나았는가를 시험해본다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다. 재활은 오래할수록 좋다. 확실히 나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몸담았던 고 조성민이 오른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충분히 하지 않고 등판했다가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박찬호는 완전히 나은 뒤 이듬해인 2004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 경기 감각을 찾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했다.

그런데 박찬호는 9월 등판 의사를 밝힘으로써 의문에 불을 질렀다. 9월에 마운드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면 허리 부상 상태가 페넌트레이스 후반기를 포함해 시즌을 완전히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추천해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콜로라도 덴버에 있는 야밀 클린 박사가 '신이 내린 명의'여서 빠른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우기면 설명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필자는 결단코 그렇게 믿지 않았다.

박찬호는 2003년 6월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2001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계속 아픈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허리 이상이 고질적인 문제였고 또 완전한 상태로 회복하는 것도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첫 번째 의문은 6월 11, 12일 이틀 동안 텍사스 구단 주치의인 존 콘웨이 박사로부터 정밀 진단을 받은 후에 생겼다. 진단 결과 가벼운 근육통을 제외하면 근본적인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 아프다는 선수와 괜찮다는 주치의 간에 발생한 1차 미스터리다. 그 때의 상황이라면 박찬호는 빨리 몸을 추슬러 늦어도 후반기 등판을 준비해야 마땅했다.

박찬호가 위기에 처하자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나섰다. 당시 자신의 고객 가운데 한 명인 LA 다저스의 케빈 브라운을 치료했던 야밀 클린 박사에게 한번 더 확인 진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 텍사스 구단은 물론 졸지에 '돌팔이 수준'으로 전락한 존 콘웨이 박사는 기분이 매우 나빴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허리 아래 근육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2명의 견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미스터리였지만 어쨌든 박찬호 선수는 쉬면서 확실하게 재활 치료를 할 명분을 얻게 됐다.(후일 케빈 브라운은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3시즌 개막 직후 박찬호가 첫 등판에서 부진한 투구를 하자 스콧 보라스는 2002년 겨울 박찬호의 허리 통증 치료를 도왔던 텍사스 지역 우리 동포 한의사와 척추 지압 전문가들을 매도한 적이 있다. 박찬호는 분명히 허리가 아픈데 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이상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필자는 2003시즌도 허무하게 끝나는걸 보며 왜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박찬호의 허리 치료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더 원망스러웠다. 야밀 클린 박사 같은 '명의(?)'도 알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아닌가? 필자는 애꿎은 우리 동포 의료인 탓을 한 것에 아주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의 5년 계약을 성사시켜 놓았기 때문에 그가 아파도 계속 연봉은 나오고 자신의 수입에도 변화가 없으니 걱정을 덜 했을지도 모른다.

시즌 후 박찬호의 9월 등판설은 '한 때 그런 얘기가 있었지'로 잊혀졌다. 그의 허리 부상 회복 정도가 과연 페넌트레이스 막판 등판이 가능할 정도였는지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의문도 생겼었다. 등판은 가능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더욱더 의혹을 자아낼 수 있던 터라 주위에서 박찬호 선수를 설득해 포기시키면서 내년 시즌을 기약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당시 취재를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그의 재활 과정 등의 궁금한 소식들을 팬들과 공유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자신의 아픔, 슬픔 고통을 주위와 나누는 것을 불편해 한다. 늘 우리 국민에게 IMF 시절 용기를 북돋워줬던 희망의 아이콘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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