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양의 희생과 이성의 제 역할
2014년 한 해의 고사성어를 교수신문은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정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말로 중국의 진시황제가 죽은 후 환관 조고가 어린 호해를 황제로 내세워 난폭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을 말한다. 냉철하고 비판적인 이성이 상실되고, 난폭한 감정과 편견이 휘몰아친 해였음을 보여준다. 서양 최고의 고전인 '일리아스'의 첫 행은 이렇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자신을 모욕하자 아킬레우스는 그의 목을 쳐버리겠다며 칼집에서 칼을 뺀다. 그때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타나 아킬레우스의 금발을 등 뒤에서 잡아당긴다. 그 순간 아킬레우스는 노여움을 삼킨다. 이성과 지혜가 분노의 불길을 제압한 것이다. 분노를 노래하는 대서사시는 역으로 분노의 다스림에 관한 시가 된다.
요한복음은 태초에 있던 이성(logos·말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성이 우리 가운데에 임하셨다고 한다. 죄 없는 '어린양'으로. 2015년 을미(乙未)년은 양의 해이다. '양의 희생과 이성의 제 역할'이 이 땅을 바로 세우리라는 암시가 아닐까. 이제 올바른 이성으로 지록위록(指鹿爲鹿)을, 분노의 불길은 지혜의 손길로 다스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하자. 그리고 그 기본은 바로 어린양 예수의 자기희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최병학 목사(남부산용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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