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연승 '역대 3위' 우리은행의 역사적인 행보

곽현 기자 2014. 12. 2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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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11월 개막 후 여자프로농구는 우리은행의 연승행진으로 연일 화제를 모았다. 좀처럼 패배를 모르며 쾌속질주를 보인 우리은행이 10연승을 넘어서자, 단순히 여자농구뿐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의 이슈가 됐다. 언론은 연일 우리은행의 승리 이야기를 보도했고, 그들이 왜 강한지를 분석했다.

개막 후 무려 16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의 연승 행진이 멈췄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55-61로 패했다. 이로서 개막 후 54일간 달려왔던 우리은행의 무패 행진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우리은행의 행보는 여자농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은행의 개막 16연승은 역대 개막 최다연승 기록이며, 단일 시즌 연승 기록 3위에 해당한다. 기존 개막 최다연승은 2003여름리그에서 삼성이 달성한 15연승이다.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김계령 등 호화멤버를 보유했던 그 삼성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이 언제 또 다른 기록을 세울 지 모를 일이다.

▲불리한 외국선수 제도 속에서 거둔 수확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막강한 상승세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여자프로농구에선 한 팀이 독주 체재를 유지하기 힘들다. 과거 신한은행이야 외국선수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팀들의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선수 제도가 있다.

더군다나 WKBL은 외국선수 재계약 규정이 없다. 매 시즌 새로이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구단에게 동등한 확률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은행은 가장 낮은 확률로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제도 속에서 우리은행의 올 시즌 외국선수 선발은 성공적이다.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선발한 샤데 휴스턴과 2라운드 3순위 사샤 굿렛은 다른 어느 팀 외국선수들보다도 팀에 잘 녹아들며 우리은행의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특히 휴스턴은 시즌 초반 우리은행의 스타일과 맞지 않게 다소 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 조직력에 녹아들고 있다. 개성을 죽이고, 팀플레이를 하는 휴스턴은 무서웠다. 휴스턴은 어느덧 우리은행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뛴 바 있는 사샤 굿렛도 한층 더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

다른 팀들이 우리은행보다 더 나은 선수를 선발할 수 있었음에도, 우리은행의 전력을 넘지는 못 하고 있다. 결국 어떤 선수를 뽑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우리은행이다.

▲단단해진 조직력과 떠오른 식스맨들표면적으로 우리은행의 선수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다. 박언주 정도가 복귀해 식스맨으로 뛰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벤치자원은 전보다 훨씬 더 약해진 게 사실이다. 이선화, 김소니아, 최은실, 오승원 등 전도 유망한 선수들이 팀을 이탈하면서 선수층이 무척 얕아졌다.

각 포지션마다 1명씩은 대체 선수가 있지만, 만에 하나 부상자가 나온다면 팀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은행은 꿋꿋이 전력을 유지했고,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단단해진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다.

임영희는 노장이라 불리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위력적이고 꾸준하다. 이번 시즌도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고 있다. 박혜진은 지난 시즌 MVP급 위력은 아니지만, 기복 없이 뛰어주고 있다. 이승아는 여유가 생기고 외곽슛이 좋아졌으며, 양지희는 골밑을 지키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강영숙도 우리은행의 골밑을 더 단단하게 해주는 선수다.

우리은행 주요 구성원들이 한 명의 부진 없이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팀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고 있는 것.

여기에 식스맨 박언주, 이은혜, 김단비의 성장도 눈에 띈다. 박언주는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비시즌 동안 우리은행의 지옥훈련을 버텨내며 키 식스맨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전보다 오히려 슛의 정확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벤치에 있다 짧은 시간을 뛰지만, 그 짧은 시간 집중력을 끌어올려 확률 높은 득점을 해주고 있다.

식스맨으로 꾸준히 뛰어온 이은혜는 이번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15분 33초를 뛰고 있다. 그만큼 팀으로부터 신뢰감을 받고 있으며, 여유가 늘어난 모습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슛도 한결 정확해졌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인 김단비는 이번 시즌 정규경기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4번으로 뛰며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그리고 외곽슛에서 힘이 되고 있다.

▲완전히 팀에 정착된 위성우 리더십위성우 감독으로선 이번 시즌을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느라 장기간 팀을 비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 아시안게임이란 큰 경기를 준비하느라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기에, 팀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틈없이 이번 시즌을 준비한 그의 지도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마치 유재학 감독이 없어도 흔들림 없는 모비스처럼 우리은행도 챔피언으로서의 내구성이 생긴 모습이다. 위 감독이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그가 자리를 비워도 그 시스템대로 잘 돌아가는 것이다.

위 감독을 비롯해 임영희, 강영숙, 양지희, 박혜진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왔고, 나머지 선수들은 박성배 코치와 함께 시즌을 준비했다. 위 감독이 지시한 매뉴얼대로 훈련을 성실히 이수했기에 이번 시즌 좋은 하모니를 내고 있다.

지난 2시즌 우승을 거두며 위기관리 능력이 늘어난 우리은행은 연승 기간 동안 몇 차례 고비를 겪었지만, 끝내 승리를 가져갔다. 계속해서 경기를 이기면서 이기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위 감독도 3년차를 맞으면서 여유를 갖고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코트 위에서 꾸중보다는 독려를 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위 감독은 "우승도 했는데, 너무 다그치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동기부여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의 이러한 당근효과는 선수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이 거둔 16연승은 단일시즌 기준 최다연승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2008-2009시즌 신한은행이 거둔 19연승이고, 2위도 신한은행의 기록으로 2009-2010시즌 달성한 18연승이다.

재밌는 사실은 신한은행의 연승 기록을 깼던 팀이 바로 우리은행이라는 점이다. 신한은행은 2008-2009시즌 19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감한 뒤 2009-2010시즌 4연승을 추가해 23연승을 달리다 우리은행에 패하며 연승이 끊겼다. 이후 18연승을 달리다 연승에 제동을 건 상대도 우리은행이었다.

이번에는 서로 입장이 바뀌어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의 연승을 멈추게 했다. 자신들의 연승기록에 도전하는 것을 가만 볼 순 없었나 보다. 이래저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인연이 많다.

비록 연승은 끊겼지만, 우리은행은 오히려 부담을 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됐다. 위성우 감독과 선수들은 늘 연승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역사적인 행보를 보인 우리은행이 남은 정규리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된다.

#사진 - 신승규 기자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12-28 곽현 기자( rock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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