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임감독에게 듣는다] (⑥·끝) 김성근 한화 감독

모규엽 기자 입력 2014. 12. 26. 02:13 수정 2014. 12. 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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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률이 0.1%만 있어도 도전하겠다"

올해 72세의 노(老)감독이 프로야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야구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그 보다는 타협과 포기를 모르는 그의 근성에 팬들은 열광한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0.1%의 가능성이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고,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며 "그 속에 감동이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강연을 많이 다닌다. 강연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 가지다. 먼저 조직에 플러스가 되면 본인이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식적인 의식을 가지고는 남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상식속에 상식이 통한다. 마지막으로 준비가 중요하다. 불가능은 없다. 나 김성근이 야구에서 욕을 먹는 이유는 내가 살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과 맞춰 살지 않았다. 맞춰 살 수가 없었다."

-야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나는 신이 될 만할 사람이 아니다. 모자라면 한없이 모자라고 무식하면 한없이 무식한 사람일 뿐이다."

-김성근의 야구는 무엇인가.

"결과를 내는 야구다. 목적을 갖고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이기는 것이다."

-3년 만에 프로야구에 복귀했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나라 프로야구 전체를 보니 경쟁의식이 사라져 있었다. 경기가 타이트하지 않았다."

-한화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선수들이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의식을 바꾸고 실력을 늘려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훈련을 할 수 있는 내년 1월부터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80여일 만에 팀을 만들어야 한다. 팀을 만들 시간이 없어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했다. 새로운 숙제가 왔다."

-FA로 배영수와 송은범, 권혁을 영입했다. 이들에게 뭘 기대하나.

"한화에는 과거 송진우와 이상군, 정민철 등 중심 투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배영수, 송은범, 권혁은 중심 투수 자질을 가지고 있다. 부디 기존 선수들이 이들을 통해 야구에 임하는 자세, 이기는 방법, 우승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배웠으면 좋겠다. FA 선수들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근우와 김태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정근우는 반가워하면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두 선수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훈련을) 시킬 것이다. 나이를 먹고 우대받으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들 훈련할 때 앉아 있으면 '내가 지고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년에 우승을 하겠다고 했다.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서 스포츠라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것을 할 수 있게, 우승하지 못하는 것을 우승하게 하는 것이다. 우승하려고 덤비겠다. 나에게 '충분'이라는 말은 없다. 악착같이 덤빌 것이다. 몇 퍼센트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승 확률이 0.1%가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훈련금지 때문에 요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좀 불쾌하지는 않은가. 선수협의 훈련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수협에 훈련여부를 문의했다. 현재로선 '선수협이 훈련금지를 결정하면 존중한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다. 선수협 내부에서 결정할 문제다. 다만 한 가지는 이로 인해 선수협이 갈라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도 선수협과 관련해 김응용 전 감독이 옹호해줬다.(김 전 감독은 "돈 없는 선수들이 비활동기간에 놀면 연봉이 높은 선수를 어떻게 따라갈 수 있느냐"고 선수협을 비판했다)

"역시 김 전 감독이 우리나라 야구의 거장(巨匠)이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야구계를 위해 해주는 말인 것 같다. 김 전 감독은 평생 야구에서 파묻혀 살아온 분이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것을 주안점으로 둘 계획인가. 어떤 지옥 훈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지옥훈련이라고 하는데 자율야구와 관리야구는 사실 하나다. 관리 속에 자율이 있는 것이다. 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고된 훈련을 감내해야 한다. SK 와이번스에서 감독할 때 2006년 11∼1월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호준과 김강민, 박재상 등이 실력이 향상돼 스타가 됐다."

-한화에서 내년에 눈여겨 볼 선수는.

"투수에선 윤규진과 이태양이다. 윤규진이 중간에서 얼마나 해줄지가 관건이다. 이태양이 선발로 몇 승을 해주느냐에 따라 팀 성적도 달라질 것이다. 야수는 이용규다. 부상 때문에 나태하게 보일 뿐 근성이 있는 친구다. 상대 벤치에서 가장 껄끄러운 선수가 이용규였다. 그만큼 상대편에 압박감을 줬다. 이제 우리 팀 선수가 됐다. 나에게 준 압박감을 다른 감독에게 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순간순간이 나에게 마지막이다. 한화를 놓고 보면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았으면 좋겠다. 팬들이 '한화가 경기에서 이긴다. 우승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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