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한화 레전드, 거자필반의 이유를 증명하라

조회수 2014. 12. 23. 09: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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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화는 '레전드'와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야구 팀 중 가장 많은, 세 명의 영구 결번 선수를 가진 팀. 그 외에도 사실상 영구결번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빛나는 스타들이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현재형'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영구 결번과 관계 없이, 어느 팀에나 팬들의 가슴을 울렸던 스타들은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형태로건 팀을 떠나지 않고 대부분 남아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유독 프랜차이즈스타에 냉담한 한국 프로야구 현실에서, 한화와 레전드의 긴 호흡은 타 팀팬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성적이 곤두박질 치며 따뜻했던 분위기를 차갑게 식었다. 구단과 레전드, 그리고 팬 사이엔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레전드 코치들은 나름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역량 만큼의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운함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는 유승안 감독 실패 이후 계속된 감독 외부 수혈로 팀을 꾸렸다. 그것도 김인식, 김응용 등 최고 명장들의 릴레이었다. 언제나 중심엔 그 명장들을 오래 보필해 온 핵심 코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구단의 눈길도 계속 고왔던 것은 아니다. 한화 구단은 오히려 레전드들을 '책임져 주고 있다'는 분위기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 러브 콜이 와도 한화에 남는 코치들을 보며 '거친 생존 경쟁으로 나갈 야생성이 부족하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반된 시선이 양 쪽을 모두 서운하게 만들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리고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레전드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십수년을 함께 했던 그들이 한꺼번에 모두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것과 동시에 구단이 먼저 칼을 뽑았다. 그리고 스스로 팀을 떠나는 것을 선택한 코치들도 있었다. 정민철 한용덕 장종훈 등이 그랬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레전드 스타들이 팀을 떠났지만 후폭풍은 극히 미미했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만년 하위로 떨어진 팀을 살려줄 거란 기대가 더 크게 도드라졌다. 섭섭함을 희망이 덮어버린 셈이었다.

언젠가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해도 이렇게 한 순간에 모두 떠날거란 예상은 못했다. 그럼에도 파장이 크지 않았다는 건 현재 한화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지목하고 있다.

어찌됐건 모인 사람은 떠나고(회자정리)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거자필반)고 했다. 떠난 것 보다 어떻게 돌아올지가 중요하다.

대다수 코치들이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잡았다. 그 중 다수는 또 1군에서 직접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화를 향한 칼날이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그들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힘을 강하게 보여주면 보여줄 수록 한화로 컴백하는 시간도 빨라질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상황도 없다.

누군가 가르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야구를 잘 했던 사람들일 수록 그렇다. 왜 안되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한화 레전드 코치들에겐 억울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그들이 오래 머물렀던 팀은 지금 어디부터 손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망가져 있고, 그 책임의 적지 않은 부분을 레전드 코치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 밖에 없다. 더 낮고 열정적인 자세로 새로운 팀의 제자들을 맞아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 만이 그들이 다시 한화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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