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에 썩 반갑지만은 않은 '포스팅 위너' 피츠버그

이석무 입력 2014. 12. 23. 09:25 수정 2014. 12. 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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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강정호의 포스팅에서 가장 많은 돈을 적은 팀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라는 결과는 예상 밖이다. 현재 피츠버그의 전력이나 구단 재정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피츠버그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교섭권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 측과 한 달간 입단 협상을 벌이게 된다.

피츠버그는 '작지만 강한 팀'이다. 2014시즌 팀 연봉이 7784만5999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26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2013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앤드류 매커친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도 없다. 하지만 저렴하면서도 제 몫 이상 해주는 베테랑들과 젊고 패기 넘치는 신예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는 2007년부터 피츠버그 구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닐 헌팅턴 단장의 노력도 한몫했다.

뜻밖인 점은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피츠버그는 탄탄한 내야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의 유격수는 올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조디 머서(28)다. 머서는 올시즌 타율 2할5푼5리 12홈런 55타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이제 겨우 2년차 선수로 올해 연봉은 51만 달러밖에 안 된다.

2루수는 닐 워커(28)다. 매커친과 더불어 피츠버그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올해 성적도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76타점으로 준수했다. FA까지도 아직 두 시즌이나 남아 있어 트레이드 등으로 당장 팀을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3루수 조시 해리슨(27)은 올해 피츠버그가 배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원래 유틸리티맨 정도로 분류됐던 해리슨은 시즌 중 주전 자리를 꿰찬 뒤 타율 3할1푼5리 13홈런 52타점을 기록, 내셔널리그 MVP투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겉으로 보기에 워커-머서-해리슨으로 이어지는 내야 라인은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가기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내야 유틸리맨 정도로 현실적인 전망이다.

게다가 피츠버그는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아니다. 구장 신축에 돈을 많이 들여 팀 재정이 쪼들리는 신세다. 앞서 언급한 머서-워커-해리슨의 올해 연봉을 합치면 겨우 677만 달러였다.

그런데 피츠버그는 강정호 포스팅에 무려 5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적었다. 연봉이 포스팅 액수와 비슷하게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연봉이 1000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는 피츠버그답지 않은 지출이다.

물론 피츠버그로선 강정호의 기량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을 수 있다.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충분히 강정호에게 모험을 걸어볼 만 하다. 강정호가 국내에서처럼 3할대 타율에 30~40홈런씩 때려낸다면 어느 팀에서도 주전은 문제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정호가 처음부터 주전으로 충분한 기회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대로 적응할 여유도 없이 치열한 주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풍족한 계약을 안겨줄지도 의문이다. 올해 피츠버그 선수 가운데 연봉 50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단 6명 뿐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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