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우체국 예금을 모두 해약해야 했나

2014. 12. 2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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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신석우 기자 ]

"제 우체국 계좌에서 돈이 몰래 빠져나가는 것도 우체국은 몰랐어요. 8개월 동안 법적 절차도 우체국 도움없이 모두 제가 해야 했고요, 보상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절차가 끝나 돈을 되돌려받는 과정에서도 우체국은 아무런 연락도 없고. 정부 기관이라고 해서 믿고 거래해왔는데, 더 이상 믿고 거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대전 둔산동 김모(37) 씨는 최근 지난 10여년 동안 거래해왔던 우체국과의 모든 예금 거래를 끊었다.

발단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는 지난 3월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의 우체국 두 계좌 보유액이 모두 기업은행 블랙리스트 계좌로 이체됐다"는 것.

부랴부랴 우체국에 확인한 김 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체국에 확인해봤더니 벌써 계좌에 있던 돈이 모두 빠져나갔더라고요. 그런데, 확인 과정에서 굉장히 불쾌한 경험을 해야 했어요. 가뜩이나 마음도 상해있는데, 귀찮다는 식의 반응이었어요. 당일이 3월 말일로 마감일이라는 점만 강조했는데 이상한 이체를 알려주기는커녕 오히려 제가 잘못한 듯 한 느낌이었어요. 주거래 은행이었는데, 거래가 없던 기업은행과는 많이 달랐어요."

이 후 김 씨는 경찰 조사에 이어 8월쯤 손해사정업체 직원과도 상담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우체국으로부터 "우체국이 거래하는 보험사에서 처리를 할 것"이라는 통보만을 받았다. 보상 여부를 묻는 김 씨의 물음에 우체국은 "그건 알 수가 없다"며 책임을 외면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나요."

김 씨는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서, 12월 중순쯤 원금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체국에 대한 서운함은 이 후 과정에서도 그치지 않았다.

"지난 8개월 동안 저는 제 돈이지만, 제 마음대로 쓸 수 없었어요. 우체국이며 경찰서 오가는 시간 등 불편을 겪어야 했고요. 우체국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제가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우체국은 이에 대한 사과나 위로는커녕 돈을 되돌려받는 과정에서조차 아무런 통보도 없었어요."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모르고,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보상 여부는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사과는커녕 처음부터 끝까지 통보도 없는 우체국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요. 더 이상은 믿고 거래할 수 없어 모두 해약하려 해요."

대전CBS 신석우 기자 dol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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