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는 '군데렐라' 이정협 "1분을 뛰더라도.."

황민국 기자 2014. 12. 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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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짜 호주로 갑니까?"

호주 '파병'이 확정된 국군체육부대 상병 이정협(23·상주)의 목소리에는 당혹감과 함께 기쁨이 묻어났다. 기대하지 못했던 생애 첫 국가대표, 그것도 내년 1월 아시안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는 사실에 적잖이 흥분한 듯 했다. 군인 신분이라 휴대전화가 없어 지인을 통해 22일 '스포츠경향'과 통화한 이정협은 "아직 얼떨떨하지만, 호주에서 제대로 된 군인정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컵 최종명단(23명)에 뽑힌 이정협은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로 불릴 만하다. 지금껏 국가대표 경력은 어린 시절 두 차례 상비군에 뽑힌 게 전부였다. 올해 상무에 입대해 4골을 터뜨렸지만 주전보다는 교체 멤버가 그의 자리였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정협이 제주 전지훈련에 소집되자 눈앞의 아시안컵보다는 내년 7월 동아시안컵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협 자신도 전지훈련 중 "(차)두리형(34·서울)과 함께 운동하는 게 신기하다"면서 "설마 내가 호주로 가겠냐"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정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타깃형 골잡이 김신욱(26·울산), 이동국(35·전북)과 부진에 빠진 박주영(29·알샤밥)을 제치고 한 자리를 꿰찼다. 전지훈련 내내 몸을 아끼지 않으며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 감독(60)의 눈도장을 받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지훈련 마지막 날인 21일 청백전에서는 득점포까지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을 발탁한 것과 관련해 "선수 발탁은 결국, 그 선수의 노력과 실적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이 풍부한 박주영을 뽑는 게 감독 입장으로는 더 편한 결정이었지만 이정협의 '열정'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이정협은 "사실 난 아직도 왜 내가 뽑혔는지 모르겠다"며 "나보다 뛰어난 선수가 숱하게 많은 상황에서 날 뽑아주셨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은 1분을 뛰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협은 '롤 모델'인 이근호(29·엘 자이시)가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린 뒤 경례 세리머니를 펼친 것처럼 아시안컵에서도 같은 그림을 펼치기를 꿈꾸고 있다. 이정협은 "군인정신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은 결국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것"이라며 "근호 형처럼 멋지게 골을 넣고 군인다운 세리머니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이제 휴가도 반납한 채 몸 만들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시안컵에서 골을 넣으려면 남들과는 다른 시계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상무에선 국가대표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박항서 감독(55)이 빼곡한 훈련 계획표를 마련한 채 기다리고 있다. 이정협은 "내일부터 부대에 돌아가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라며 "다같이 하는 운동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군인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아시안컵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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