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 견제할 이들이 없었다"

2014. 12.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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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 지적

사외이사 7명 중 5명, 이해관계 얽혀

3년간 반대의견 낸 기관투자가 1곳

"이사회와 주주들 한계 보여주는

기업 지배구조의 위기로 봐야"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3월부터 대한항공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과 안 변호사는 사외이사 선임 전인 2012년 7월에도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대한항공이 몽골편 운항을 독점하고 성수기 항공운임을 비싸게 받았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체회의에 회부됐을 당시 안 변호사는 대한항공 쪽 변호를 맡았다. 내부 경영진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자리인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에 비춰 시비를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현재 '땅콩 회항' 사태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검찰 조사에서도 변호를 맡고 있다.

22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의 위기를 '오너 리스크'(최대주주에서 비롯되는 위험)를 견제하지 못하는 지배구조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전 부사장 문제가 불거졌을 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사내이사 6명 가운데 4명이 오너 일가인데, 독립적인 위치에서 이들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조차 대부분 대한항공과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이해상충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안 변호사를 포함해 대한항공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대한항공과 각종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주석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률고문으로 일하고 있는데, 김앤장은 2009~2010년 대한항공의 회계와 세무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고문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으로, 김앤장에서도 세무 전문가로 꼽힌다. 현정택 사외이사는 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인하학원 소속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나치게 오래 재직해 결탁 시비에 얽힌 경우도 있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2000년 3월부터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채우면 15년 동안 사외이사를 맡는 셈이다.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역시 2016년까지인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9년 넘게 사외이사직을 연임하게 된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긴 기간 사외이사를 하게 될 경우, 내부 경영진과 결탁할 우려가 있어 국민연금 역시 의결권 행사 때 사외이사 최대 재직 연수 10년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구성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사외이사 선임 의결권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은 침묵했다. 자산운용사 의결권 공시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자산운용사는 외국계인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2013년 3월 현정택 교수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보유 주식 수가 40만주 정도에 불과해 영향은 끼치지 못했다. 송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의 사태 처리 과정은 단순히 재벌가의 기술적인 위험 관리뿐만 아니라, 오너를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와 주주의 한계를 보여주는 만큼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좀더 구조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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