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결핵으로 숨진 게 맞나..사인 논란 지속

2014. 12. 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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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심장 조직 검사, 폴란드 반대로 무산

쇼팽 심장 조직 검사, 폴란드 반대로 무산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는 공항 이름을 쇼팽 공항으로 삼았다.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폴란드의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히는 동시에 폴란드의 자랑이다.

지난 4월 쇼팽의 심장이 담긴 수정 병이 바르샤바의 성십자가 교회의 기둥 한곳에서 꺼내졌다. 쇼팽은 사후 부검 돼 심장만 코냑 병에 담겨 이곳에 보관됐다.

쇼팽은 39살이던 1849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에서 숨을 거뒀다. 프랑스 당국은 쇼팽 사망 몇 달 전 진단받은 결핵이 사인이라고 발표하고 그렇게 사망 진단서를 발급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를 내준 의사는 뭔가가 미심쩍었는지 부검을 했다. 부검 기록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질병'으로 사망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음모론'을 낳았다. 그 부검 및 관찰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음모론은 꺼지지 않고 지금도 돌고 있다.

쇼팽의 사인을 둘러싼 의혹을 풀고자 지난 9월 법의학자와 병리학자, 유전의학자들이 모여 이 심장을 자세히 관찰했다.

심장에는 '결핵 혹'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핵 혹이 나타난 만큼 애초 진단대로 결핵이 사인이라고 의사들은 재확인했다. 이로써 사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의혹은 또 꿈틀댔다. 심장 일부를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하면 확실했을 텐데 육안 관찰만 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전체가 조직 검사에 반대했기 때문에 육안관찰만 이뤄졌다고 영국 BBC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란드에 쇼팽은 의미가 각별하다.

스무 살에 바르샤바를 떠난 쇼팽은 죽을 때까지 폴란드에 돌아가지 못했다. 사실 생전의 쇼팽에게 폴란드는 없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프로이센의 침략을 받았고 1795년에 오스트리아에 합병됐다. 쇼팽이 죽고 69년이 지난 1918년에야 폴란드는 비로소 독립국이 됐다.

그러나 폴란드를 향한 쇼팽의 그리움과 애국심은 각별했다. 그는 죽거든 심장만 꺼내 폴란드에 묻어달라고 누이에게 부탁했다.

쇼팽의 대표작 야상곡은 2차 세계 대전으로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에서 연주되면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쇼팽의 심장은 폴란드의 상징처럼 '성물'로 여겨진다고 BBC는 풀이했다.

쇼팽 누이의 후손은 물론이고 폴란드의 추기경, 쇼팽협회 회장 등 거의 모두가 심장의 조직 및 유전자 검사에 완강히 반대했다.

영국 런던의 쇼팽협회의 로즈 콜몬델리 회장은 폴란드의 강력한 반대를 두고 "그게 쇼팽의 심장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BBC에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중 바르샤바를 폐허로 만든 공습에서 쇼팽의 심장이 살아남은 것은 독일군이 그것을 따로 보관한 덕분이고 그때 바꿔치기 됐다는 의심도 있다. 1945년 애국심이 들끓는 와중에 쇼팽 심장의 재안치 식이 열렸을 때 진짜인지 검증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타데우스 도보시 법의학 교수는 심장을 관찰하고 나서 "적출 후 봉합 기법이라든지 보관 방식, 보관 후 상태, 수정병 모양 등 여러 면이 당시와 똑같다"며 진짜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런던 성 토머스 병원의 세바스티안 루커스 명예교수는 "조직 검사나 유전자 검사도 사인을 추정할 단서만 제공할 뿐이지 사인을 규명할 수 없다"며 그냥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 논란 이후 쇼팽의 심장이 담긴 수정 병은 다시 성십자가 교회 기둥에 봉인됐다. 수정병에는 "2064년까지 건들지 말 것"이라는 권고문이 달렸다.

적어도 그때까지 성십자가 교회는 쇼팽 팬들의 순례지가 될 게 분명하다고 BBC는 예상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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