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로스쿨 잔혹기'..美, 학비 할인 경쟁

최효안 기자 입력 2014. 12. 22. 09:24 수정 2014. 12.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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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변호사협회는 로스쿨과 관련된 여러 통계를 담은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꽤 흥미로운 수치가 포함됐습니다. 올해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의 숫자를 집계했더니 로스쿨 입학생 숫자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겁니다. 올해 미국 각지에 있는 로스쿨에 진학한 사람은 3만 8천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9천 명이 줄었습니다.

입학생 수가 가장 많았던 2010년 5만 3천 명과 비교해선 30%나 급감한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1973년 이후 40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로스쿨 입학생이 적은 한해로 기록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로스쿨 입학생 수는 미국의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연동된다고 얘기합니다. 미국의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아 학비가 비싼 로스쿨에 굳이 가지 않고 그냥 취직하는 이들이 많지만, 경기가 나쁠때는 워낙 일자리가 없다 보니 '확실한 스펙'을 갖추려 로스쿨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죠.

로스쿨 입학생이 급감하자 미국 대학들은 학생을 잡기 위해 학비 할인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웨인주립대학은 2016년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4천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고, 이 대학 외에 수많은 대학들은 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등록금을 깎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가는 급락하면서 러시아와 신흥국에선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사상 유례없는 달러 강세 속에 '홀로만 괜찮은 경제 상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은 요즘 일자리도 증가추셉니다. 경제가 호황을 누리니 일자리가 많아져서 굳이 엄청난 학비를 내고 로스쿨에 가지 않아도 좋은 취직 자리가 그만큼 많아진 겁니다.

게다가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입학생이 줄어드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얻은 사람 가운데 3분의 1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겁니다.

중하위권 로스쿨의 1년 학비가 평균 4만 4천 달러, 우리 돈으로 4천만 원이 훌쩍 넘고 최고의 로스쿨로 꼽히는 하버드 로스쿨은 연간 6천만 원에 달합니다. 높은 연봉을 받으려고 적어도 1억 2천만 원이 넘는 학비를 투자해 로스쿨을 졸업해도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 미국의 현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섰다는 징후들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엄청난 학비와 시간을 투자해도, 그만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젠 더 이상 졸업장 또는 자격증 하나로 평생이 담보되는 직업이 종말을 고한 시대인 만큼, 젊은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로와 직업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더욱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업'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더더욱 깊게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겁니다.

▶ 최대 법률시장 미국, 로스쿨 인기 급락…입학생 급감 최효안 기자 hyo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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