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명 살린 그 분, 로또복권도 부럽지 않아요"
사업에 실패한 뒤 홀로 쪽방에 살게 된 이모(63)씨는 지난 2일 고혈압·당뇨 합병증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희미한 정신에 그가 떠올린 사람은 가족이 아닌 서울 성수1가2동 주민센터 조영운(43·사진) 주임이었다.
이씨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조 주임은 집으로 찾아가 그를 병원으로 옮기고 병원비와 한 달치 약값도 대줬다. 조 주임은 또 "끼니를 거르지 말고 건강해야 한다"며 쇠고기조림, 나물, 동태 등을 사서 챙겨줬다. 이씨가 몸둘 바 모르며 감사의 인사를 하자 조 주임은 웃으면서 "돈 벌어서 갚으면 된다"고 다독였다. 이씨는 21일 "너무나 감사해서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울면서 감사히 먹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두 사람은 두 달 전 처음 만났다. 이씨는 건강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해 먹을 게 떨어지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때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인 조 주임이 이씨를 맞았다.
2000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저소득층 방문 상담·지원 사업을 맡아온 조 주임은 이씨에게 쌀 10㎏과 김치 한 박스를 챙겨주었다. 조 주임이 이씨의 집을 가보니 난방을 하지 못해 차가운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조 주임은 "끼니 걱정은 마시고 힘드시면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했다. 또 까다로운 조건부 기초생활수급자로 이씨가 등록되도록 도왔다. 이제 이씨는 아프면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고 약값은 500원만 내면 된다. 정부의 생계비 지원도 받고 있다. 이씨는 "로또복권 부럽지 않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이씨는 조 주임의 도움이 너무나 고마워 정원오 성동구청장 앞으로 감사 편지를 보냈다. 이씨는 편지에서 "60평생 이런 기분 처음이다. 이런 공무원도 있구나. 희망이 있다. 살 수 있다. 용기를 주시는구나"라고 썼다. 성동구청은 이씨의 편지를 직원 게시판에 올렸다.
하지만 조 주임은 "감사 편지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복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알려져 쑥스럽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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