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과 완전 결별.. 일자리-복지 민생진보로 거듭나야"

입력 2014. 12. 22. 03:05 수정 2014. 12. 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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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이후]위기의 진보 어디로
"낡은 이념투쟁에 대한 경고장.. 종북에 묶인 10년 되돌아보고
양극화 문제 해소 등 대안 제시.. 세련된 진보주의 길 모색을"

[동아일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위기를 맞은 진보 진영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른 채 낡은 종북(從北) 프레임을 교조적으로 부여잡은 일부 진보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정당의 강제 해산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인데도 '올바른 결정'이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진보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는 노동이나 복지, 환경 등 진보 진영의 고유 가치에 집중하는 '세련된 진보주의'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본격화된 양극화 현상을 민주노동당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진보 정당은 그런 국민의 요구에 부흥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진보는 이제 자본주의 양극화 해결 등에 집중하는 '선진국형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주 대표는 2000년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 창당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통진당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 전반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꾸준히 문제시되었던 이른바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민노당 창당 멤버로, 17대 국회 때 민노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념이 아닌 국민의 삶과 직결된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노당 대변인을 지낸 박용진 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은 "진보 정당다운 고용(일자리)과 복지,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민생 정치를 보여줌으로써 진보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를 겨냥해 "진보를 표방하며 대선에 나와 '당신 떨어뜨리겠다'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은 '진보 정당이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고용과 복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도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만으로도 진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진보가 살길은 진짜 진보적 가치를 표출하고 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가령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데 대한 진단과 구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민생을 고리로 대안 정당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창당 멤버인 최규엽 전 민노당 최고위원은 "진보는 도덕성, 헌신성이 생명"이라며 "국회의원 수에 연연하지 말고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복지, 노동 등의 가치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최고위원은 올해 4월 새정치연합에 입당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는 "새정치연합을 포함한 야당과 진보 진영은 먼저 과거 통진당과 연대했던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앞으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생 진보를 표방하고, 담론이 아닌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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