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의 공포.. 뉴욕 경찰 2명이 당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2014. 12.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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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시의 흑인 밀집 지역인 브루클린에서 대낮에 경찰관 2명이 흑인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빌 브래튼 뉴욕시 경찰국장은 "20일 오후 3시쯤 브루클린의 베드퍼드-스타이베슨트 지역에서 28세 흑인 남성 이스마일 브린슬리가 순찰차에 탄 경찰관 2명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며 "남성은 이후 도주하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뉴욕시에서 경찰관이 근무 중 총에 맞아 숨진 것은 2011년 12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사건은 흑인 차별이란 명분을 빙자한 '소시오패스(socio path·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의 묻지 마 경찰 살해란 점에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 브린슬리는 강도·절도 및 불법 무기 소지 등 혐의로 7~8차례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다고 뉴욕 경찰은 밝혔다. 그는 이날 새벽 메릴랜드주에 사는 전 여자 친구(29)의 아파트를 찾아가 다투는 과정에서 여자 친구를 총으로 쏴 부상을 입힌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뉴욕타임스는 범죄 전문가들을 인용해 "브린슬리가 여자 친구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이성을 잃고 흥분해 경찰관 살해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쉽게 흥분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범죄의 전형적 유형이다.

브린슬리는 범행 직전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백인 경찰에게 숨진 흑인 마이클 브라운(미주리주 퍼거슨)과 에릭 가너(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이름과 함께 "돼지(백인 경관을 지칭하는 속어)들에게 (하늘나라로 가는)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흑인 차별 같은 그럴싸한 명분을 붙여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도 소시오패스 범죄의 특징이다. 지난 15일 호주 시드니 카페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사살된 만 하론 모니스(50)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이슬람 깃발을 내걸었다. 모니스 역시 아내 살해 혐의를 받는 등 각종 살인·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소시오패스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브린슬리에게 희생된 경찰 류웬지안(32)은 중국계, 라파엘 라모스(40)는 히스패닉계로 모두 백인과는 거리가 멀다. 범인은 퍼거슨시 사태 이후 인종차별 시위에 참여한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브린슬리의 여동생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오빠가 경찰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흑인 사회는 이날 범행 때문에 퍼거슨시 사태 이후 확산되는 전국적인 인종차별 시위가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평화적 시위를 이끌어온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이번 사건은 브라운이나 가너 가족과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가너와 브라운의 이름을 빌려 경찰을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고 정의 추구에도 어긋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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