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떼일라.. 썰매 탄지 2년만에 세계 3위 질주

오유교 기자 2014. 12.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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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20·한국체대·사진)이 한국 썰매 역사를 새로 썼다.

윤성빈은 20일(이하 한국 시각)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2014~2015 FIBT(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월드컵 2차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트비아의 마틴 듀커스(30·1분51초06), 토마스 듀커스(33·1분51초96) 형제가 각각 1위와 2위를 했다.

썰매 3대 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을 통틀어 한국 선수가 월드컵 동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은 각국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 이번 대회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마틴 듀커스와 매튜 안토인(미국) 등 올림픽 '톱 10' 중 5명이 출전했다. 윤성빈은 올림픽에서 16위를 했다.

윤성빈은 신림고 3학년이던 2012년 우연히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그해 한국체대에 썰매팀을 만들었던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는 지인들을 통해 가능성 있는 고교생을 알아보고 다녔다. 서울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였던 김영태 당시 신림고 체육 교사는 윤성빈을 추천했다.

강광배 교수는 "키(178㎝)가 큰 편은 아닌데도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을 만큼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만나자고 했다"며 "그렇게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강광배 교수는 윤성빈에게 스켈레톤을 가르쳤고, 윤성빈은 입문 3개월 만에 제1회 스타트 챔피언 대회에서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윤성빈은 지난해 한국체대에 입학하고 난 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하루 8끼 식사로 12㎏을 늘려 몸무게 87㎏을 만들었고, 썰매 무게는 35㎏에서 32㎏으로 낮췄다. 경험이 부족해 드라이빙 기술이 떨어지는 만큼 조종이 쉬운 가벼운 썰매로 바꾸고, 몸무게를 늘려 가속도를 높이자는 전략이었다. 또 120일가량을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실력을 키웠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월드컵보다 한 단계 아래인 대륙간컵 시리즈에서 금 1개·은 4개를 따냈다.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 스켈레톤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출전권도 얻었다.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는 실격했지만 스타트 기록만큼은 전체 4위였다. 윤성빈의 강점이 바로 썰매 종목의 핵심으로 불리는 스타트에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스타트 기록(1·2차 합계 9초74)만 보면 2위인 토마스 듀커스(9초85)보다 좋았다. 과거에는 스타트 훈련 할 곳이 없어 아스팔트 위에서 훈련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2010년 평창 알펜시아 스타트 경기장이 개장하면서 인프라가 개선된 것도 빼어난 스타트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윤성빈은 얼마 전 대한체육회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목표로 밝힌 금메달 8개 중 1개를 책임질 기대주로 꼽히기도 했다. 윤성빈의 상승세가 워낙 좋은 데다가 썰매 종목은 코스 적응 기회 등 여러 측면에서 개최국 이점이 많기 때문이었다. 소치올림픽 때는 개최국 러시아가 봅슬레이·스켈레톤에서 기존의 '썰매 3강'인 독일·미국·스위스를 제치고 가장 많은 금메달(3개)을 따냈다.

이날 함께 열린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는 원윤종(29)·서영우(23·이상 경기도연맹)가 한국 봅슬레이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각각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으로 호흡을 맞춰 5위(1·2차 레이스 합계 1분49초88)를 했다.

☞스켈레톤

머리를 앞으로 한 채 엎드린 자세로 타는 썰매 종목. 썰매 몸체가 앙상한 '뼈대' 같다고 해서 스켈레톤(skeleton)이라고 한다. 1928년 제2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시속 140㎞에 이르는 빠른 속도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한동안 올림픽에서 사라졌다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부터 영구 종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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