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테이너' 송가연, 힘겨운 현실과 숙명

스포츠 2014. 12. 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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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송가연(19·팀원)은 '스포테인먼트(Sports+Entertainment)'라는 개념에 가장 최적화 된 파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곱상한 마스크와 탄력 넘치는 몸매는 여느 여자 연예인 못지않은 자태지만 운동복을 입으면 각종 무술을 섭렵한 무도가의 포스가 그대로 느껴진다. 거기에 송가연이 지닌 중저음의 보이스와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식 말투는 중성적인 매력을 내뿜는다.

이 같은 매력을 앞세워 송가연은 '룸메이트'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TV에서 송가연은 자신의 매력을 발산함과 동시에 대중들이 종합 격투기에 품고 있던 막연한 혐오감 내지 거부감을 완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고, 자기 자신은 높은 대중 인지도와 호감을 얻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격투 스포츠 단체를 표방하고 있는 로드FC의 입장에서 송가연은 그야말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갖고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송가연의 위치로 인해 송가연이 펼치는 경기는 일반 대중들은 물론 소위 '골수팬'이라고 할 수 있는 격투기 마니아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송가연이 어린 나이로 종합 격투기 전적이 2전 밖에 되지 않는 신인 파이터라는 사실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어떤 경력과 실력을 지닌 상대와 맞붙는지, 경기를 앞두고 선수로서 성실한 준비를 해 왔는지, 경기력은 어땠는지, 경기가 끝난 이후 태도는 어땠는지 등등 송가연의 경기를 둘러싼 모든 부분들이 홍보의 대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팬들에게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송가연 정도의 대중 인지도를 지닌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신인 파이터인 송가연이 감당하기에는 다소 버겁다.

송가연은 지난 8월 17일 열린 '로드 FC 017' 데뷔전에서 일본의 에미 야마모토 선수를 상대로 1라운드 2분 22초 만에 파운딩에 의한 레프리 스톱으로 TKO승을 거뒀다. 하지만 상대 선수가 30대 아줌마에 경력도 짧아 프로 파이터로 볼 수 없는 약한 선수였다는 논란을 겪었다. 급기야 한 누리꾼의 살해 위협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14일 송가연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 FC 020' 아톰급 매치에 참가, 일본 선수 주짓수 챔피언 출신인 사토미 타카노(24)를 상대로 경기를 펼쳤지만 1라운드에서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사토미에게 팔을 잡혀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몰리기 전까지 타격으로 사토미에를 몰아붙이기도 했지만 부족한 경험이 발목을 잡았다.

사토미에게 패한 직후 송가연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경기 직후 사토미의 악수 제의를 거절하고 곧바로 케이지에서 내려와 '경기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졌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는 데 대해 서두원 등 선배들이 사회광계망서비스(SNS)에 욕설을 포함해 송가연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이 역시 크나큰 비판에 직면하고 말았다.

물론 송가연의 패배와 관련, 송가연 자신이나 그의 선배들의 태도는 분명 팬들이 기대했던 것 이하였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마치 그들의 본성인 양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에 의해 호도되고 있는 것 역시 올바르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로드FC는 국내 다른 격투 단체에 비해 엄청난 미디어의 지원을 받고 있고, 이를 이용해왔다. 그만큼 현재와 같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고 각오한 부분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출혈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예방책 내지 이런저런 논란에서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선수 관리 매뉴얼 정도는 로드FC 내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송가연과 같은 '파이테이너(Fighter+Entertainer)'의 성공은 종합 격투기를 하나의 대중적 스포츠 종목으로서 인식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이번에 송가연과 그 주변사람들이 겪은 홍역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송가연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로드 FC 송년의 밤'에서 올 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로드 FC 루키 오브더 이어를 수상했다.

송가연은 "제가 갑자기 종합격투기를 시작하게 돼 큰 관심을 받게 됐다"며 "기량을 많이 늘려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같은 소감에도 불구하고 송가연이 파이터로서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파이트머니, 그로 인한 변변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아픈 데가 있어도 마음껏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부족하다. 경기를 치른 선수로서 경기 당일 대회가 모두 끝난 이후 경기장에 남아 쓰레기봉투를 들고 관중석 청소를 도와야 하는 현실도 단기간에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로드FC가 스스로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격투 단체로 성장하기까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파이터이자 반전 매력을 지닌 여성 예능인으로서 '이중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무 살의 어린 나이로 감당하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이는 현실이고 숙명이다.

이 같은 현실과 숙명 앞에 송가연 스스로 편안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이 송가연 스스로 자신에게 닥친 여러 어려움을 감당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까지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

SNS로 송가연을 비난하는 대중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신 송가연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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