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자격 정지 한달, 답답하기만 한 신종훈

김경호 선임기자 2014. 12.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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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국제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은게 없어요. 전 그것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못 나가고, 모든 것을 잃게 됐는데…."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5·인천시청)은 "답답하기만 하다"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지난 11월 18일 AIBA로부터 'AIBA 프로복싱 선수 계약을 위반했으니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고, 그 때까지 선수자격을 잠정 정지한다'는 공문을 받은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정작 AIBA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신종훈은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AIBA 프로복싱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제주 전국체전에 나갔다는 이유로 선수자격을 잃었다. 신종훈은 "정식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AIBA는 지난 17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메달 수여를 거부한 인도 여자선수 사리타 데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1년 자격정지와 벌금을 매겼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신종훈에 대한 징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신종훈에게는 지금까지도 징계위원회에 관한 어떤 정보도 알려오지 않았다.

정식 징계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선수의 자격을 먼저 정지시키고 보는 AIBA의 위압적 절차로 신종훈은 많은 것을 잃게 됐다. 모든 국내외 대회에 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신종훈은 지난 16일 끝난 1차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다. 오는 3월 열리는 2차 선발전에도 나가지 못하면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15 세계복싱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딸 기회를 잃게 된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 있어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신종훈으로선 놓쳐서는 안될 대회다.

신종훈은 22일 서울 역삼동 G타워에서 열리는 '2014 복싱인의 밤'에서 실시되는 '한국복싱 100주년 기념 공로패 수여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공로패 대상자에는 역대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전원을 포함한 공로자 126명이 선정됐으나 12년만에 한국복싱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신종훈의 이름은 빠져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SNS를 통해 섭섭함을 토로한 신종훈은 2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왜 나만 빠졌는지 모르겠다. 복싱협회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다"며 "저한테 어떤 이유로 그런지 통보라도 해주셨으면 덜 서운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AIBA와 계약 문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므로 신종훈은 이번 공로패 대상자 선정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어야 했다. 대한복싱협회가 국내선수 보호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게 AIBA를 의식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복싱협회 최희국 사무국장은 21일 "신종훈 선수에 대한 공로패는 잠시 유보한 것이다. 국제연맹 징계건이 걸려 있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나면 공로패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장달영 변호사는 신종훈과 면담을 통해 이번 사안을 꼼꼼히 검토한 뒤 'AIBA가 신종훈 선수에게 잠정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규정과 처분 사유에 흠결이 있으며, 자격정지 통보 공문에도 작성자 서명이 없어 효력이 없다'는 법률적 의견을 전달했다.

인천시 복싱협회는 이를 근거로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복싱협회에 신종훈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루 전인 18일에는 인천시가 유정복 시장이 대한복싱협회에 공문을 보내 신종훈이 선수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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