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이렇게 욕을 먹던 시절이 또 있었던가

2014. 12. 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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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의 미디어창] 미디어창을 통해 본 2014년 언론계… 질풍노도의 시대, 중심을 잃다

[미디어오늘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계에 2014년 한 해는 '큰 고생을 하고도 신뢰는 잃어버린 상실과 좌절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의 몰락과 JTBC의 부상은 방송계의 주요 특징으로 손꼽힌다. 대안매체로 주목받는 뉴스타파의 약진은 전통매체, 신문시장의 좁아드는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신문구독률과 열독률은 10여년만에 반토막이 날 정도로 위기는 올해도 반복됐다. 2002년 조중동 유료부수는 481만부였으나, 2014년 최신 부수공사에선 281만부를 나타내 무려 200만부의 감소를 보였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이 수치도 거품이 있어 실제로 신문판매시장의 붕괴는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2014년을 특징짓는 주요 사건을 되돌아보는 것은 2015년을 새롭게 준비하고 저널리즘의 발전을 점검하는 주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첫 번째 사건은 한국언론에 국제적 망신을 가져오고, 기자들에게는 '기레기'라는 신조어를 만든 잔인한 4월에 발생한 '비극의 세월호 사건'이다. '안산고 학생과 교사 전원구조'를 급하게 타전한 이 기사는그러나 오보였다. 3백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온 대형해난사고가 잔잔한 파도, 망망대해도 아닌 해경과 해군눈앞에서 이뤄진 믿을 수 없는 인재였다. 언론은 오보의 책임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돌렸다. 그러나 단순히 수치의 오보뿐만 아니라 대책본부의 오락가락 하는 일방적 발표 '잠수부가 선체진입했다' '공기주입중' 등 오보는 계속 쏟아져나왔다. 구조는 없었고 대책본부의 허둥지둥과 언론의 '알듯모를 듯한' 오보만 반복되는 상황이 계속 됐다. 학부모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세월호는 희생자들을 끌고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낙인찍힌 박근혜 정부와 함께 언론도 '기레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여파로 한국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이라는 것을 만들었지만 향후 이런 준칙이 지켜질 지 여부는 역시 두고봐야 한다.

지난 5월 10일 세월호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집회모습. 이치열 기자.

두 번째 사건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국정개입 보도 특종사건이었다.

11월 28일, 세계일보는 최태민 목사의 사위였던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청와대 내부 감찰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국정은 삽시간에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청와대는 즉각 세계일보 기자와 편집국장 등을 형사 고소했다. 세계일보측은 "이 사안에 심각성을 느껴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주체는 우리가 아닌 청와대인데 그 문서를 보도한 일을 두고 명예훼손 소송을 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윤회씨가 언론에 등장하고 국정개입 정황이 보도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불통과 무능으로 비판받는 박근혜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청와대 공식문건 개입 경위'에만 초점이 맞췄졌을 뿐이다. 정작 내용은 수사도 하기전에 벌써 '찌라시'라는 대통령의 말한마디에 진위여부는 검찰의 손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을 청와대 총책임자가 '찌라시'로 규정하는 논리적 모순속에 언론과 검찰의 대결은 2015년 혹은 그 이후의 숙제로 남겨진 모양새다.

세 번째 사건은 대법원이 YTN 해직언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6명 가운데 3명에 대한 해고조치는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한 사건이다. 똑같이 낙하산 사장에 저항하며 방송독립을 위해 투쟁했건만 서로 다른 대법원 판결은 역사의 논란거리로 남게 될 것이다.

대법원은 11월 27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가 있으므로 해고가 재량권 남용이 아니다"라며 언론인들의 방송독립 투쟁을 외면했다. 언론인의 공적업무를 위한 특수한 위치를 인정하지않았다. 앞으로 한국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낙하산 사장, 불공정 보도행위 등에 대해 언론인들의 투쟁은 법의 보호를 받기 쉽지않은 판결을 만든 셈이다.

네 번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 비서관 등 권력핵심부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일보, 시사저널, CBS, 산케이 신문, 한겨레 신문, 시사인, 조선, 동아일보 등 박 대통령취임이후 언론사, 언론인 상대 소송은 15 건이 넘어가고 있다. 언론의 권력비판, 감시 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최후수단인 법적대응을 너무 성급히 너무 자주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5년에도 이런 추세는 바뀔 것 같지않아 언론과 청와대, 법정다툼은 일상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황당한 두 사건이 주목받았다.

5월 14일 연합뉴스·문화일보 등이 청계산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또 무인기…이번엔 청계산>이란 제목의 1면 기사에서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플라스틱계 소재의 문짝이었다. 문짝을 북한무인기라고 보도할 정도로 북한 관련 뉴스라면 마구잡이식으로 보도하는 한국언론의 보도행태는 세계토픽감이다.

또 하나는 '이건희 삼성 명예회장' 사망 보도와 오보논란이다. 인터넷매체, 아시아엔은 5월 16일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오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 해가 다가도록 소송했다는 소식은 없다. 아시아엔 보도 이후 다수 언론이 의사가 아닌 삼성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2015년에는 '호전과 사망사이' 진실은 세월이 판명해줄 것이고 이에따른 소수 특종과 다수 오보사이 논란이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2014년 한국 언론은 성급한 오보에 울고 '기레기'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청와대로부터는 줄줄이 소송을 당해 2015년은 더 큰 시련이 예고된다. 대법원은 공정방송을 위협하는 정치권 낙하산 사장에 대한 언론인들의 투쟁을 인정하지않았다. 질풍노도의 시대, 언론해먹기도 참 힘든 세상이라 정치라는 돌파구만 있다면 언제든지 떠나려는 풍토가 보편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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