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토닥거린 켈리, SK 시선 사로잡았다

2014. 12.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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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한 야수가 한 이닝에 두 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그것도 경기가 시작된 직후인 1회 일어난 일이었다. 이를 지켜본 투수는 짜증이 날 법도, 실책을 저지른 당사자의 등에서는 땀이 흐를 법도 한 상황이었다. 지난 8월 15일, 탬파베이 산하 트리플A팀인 더럼과 미네소타 산하 로체스터의 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나는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에 뜬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하나는 빗맞은 타구를 대시하며 처리하려다 공을 떨어뜨렸다. 경기 초반 흐름이 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 메릴 켈리(26, SK)는 달랐다. 켈리는 조용히 실책 두 개를 저지른 동료 유격수에게 다가갔다. 신경 쓰지 말라는 제스처로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던져 무실점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그때서야 유격수의 얼굴도 밝아질 수 있었다. 그 유격수는 이학주(24)였다.

당시 경기장에는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김상진 SK 투수코치가 있었다. 이날 켈리는 101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SK 스카우트팀이 더 주목한 것은 승리나 기록이 아닌, 1회 보여준 켈리의 침착함과 동료에 대한 배려였다. 인성까지 빠짐없이 체크된 켈리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본국으로 전송됐고 켈리는 약 석 달 후 SK 입단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SK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켈리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확정지었다.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의 조건이며 탬파베이 측에 소정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계약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대치는 적잖다. 잠재력 넘치는 유망주 출신으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아직 젊은 나이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 포인트인 인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얻은 교훈을 켈리 영입에 적극 반영했다는 평가다. 우선 "이름값보다는 실속을 차리자"라는 것이다. SK는 올해 루크 스캇, 조조 레이예스, 로스 울프라는 'MLB 3인방'으로 외국인 라인업을 꾸렸다. 무려 4년 70억 원을 베팅했지만 놓친 정근우에 대한 허탈함을 외국인 선수로 풀어내려 했다. 3명의 연봉만 약 3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 외국인 선수의 공헌도는 말 그대로 미비했다. 반면 메이저리그 경력이 하나도 없었던 트래비스 밴와트는 단돈 15만 달러를 주고 데려와 대박을 쳤다.

인성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썼다. SK는 올해 외국인 선수들의 '불만' 때문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입단 전부터 인종차별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던 스캇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의 '성격'대로 이만수 전 감독과 대놓고 언성을 높이다 퇴출됐다. 레이예스, 울프 또한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 특히 레이예스는 퇴출 후 SK 로고에 총질을 한 사진을 올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각자 개성이 강해 팀 분위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 없었다.

그에 비하면 밴와트와 켈리는 책임감이 강하고 팀 의식이 투철한 선수들이라는 검증을 받았다. 2013년 SK에서 14승을 거두고 일본으로 건너 간 크리스 세든 역시 인성에서 호평을 받은 선수였다. SK가 선수들의 인성 문제를 신중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최근 유력하게 나돌던 야수 제이슨 프라이디의 계약이 엎어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물론 오래된 일이고 한 번의 실수였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전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프라이디의 약물 경력을 SK가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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