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에 첩보까지..'산'으로 간 '미생'

양승준 2014. 12.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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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리 불륜과 사무실 폭행신 개연성 떨어져
"'미생' 장르가 뭐지?" 시청자 쓴소리..20일 종영

직장 생활하기 전까지 바둑 밖에 몰랐던 장그래(임시완 분)는 '액션배우'가 됐다. 20일 방송된 tvN '미생' 마지막회 얘기다. 사진은 장그래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넘어 누군가를 추적하는 모습(위)이다. 차에 받혀 머리에 피까지 난 장그래는 다시 일어서 일을 망칠 뻔한 관계자를 잡았다. 그러고는 요르단 사막 한 가운데로 보이는 곳에 천막을 치고 그를 의자에 묶어 둔 장면(아래)이다.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잘 나가던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마지막에 미궁 속으로 빠졌다.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 사랑받던 드라마에 뜬금없이 불륜 에피소드가 끼어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했다. 뿐만이 아니다. 첩보물을 떠올리게 하는 장그래(임시완 분)의 해외 추격신까지 나와 '오피스 드라마'라는 정체성까지 흔들었다.

20일 방송된 '미생'은 이야기의 완성도에서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미생'은 '사랑과 전쟁'의 속편이 됐다. 직장인 불륜 드라마가 펼쳐져서다. 극 중 성대리(태인호 분)가 유부녀와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이 알려지더니 그녀의 남편이 사무실로 찾아와 성대리에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까지 그려졌다. 성대리는 한석율(변요한 분)을 일적으로 부당하게 괴롭히던 인물. 그런 성 대리의 몰락을 불륜으로 끝내버린 셈이다. 성 대리가 왜 불륜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 등의 내용은 나오지도 않아 에피소드 자체가 뜬금없었을 뿐 더러 설득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윤태호 작가의 원작웹툰에는 없던 내용이다. 드라마에도 19회 동안 한 번도 등장인물의 불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성대리(태인호 분)의 끝은 결국 불륜으로 인한 추락이었다.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 주목받은 '미생'도 불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성대리가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서 사무실에서 폭행(사진 위)을 당한 뒤 코피를 흘리며 회사 복도에 앉아 있는 모습(아래)이다.

'미생'의 마지막 갈 지자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반부에는 '첩보드라마'가 됐다.

상황은 이렇다.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윈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장그래는 오상식(이성민 분)차장의 새 회사에 둥지를 튼다. 오 차장은 장그래에 앞서 윈 엔터를 나온 상황. 장그래는 업무를 추진하다 한 관계자가 일을 그르치고 요르단으로 도주하자 그를 쫓는다. 이 때 장그래는 바로 '액션배우'로 변신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옥상에서 뛰어넘는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추격하다 차에 받혀 머리에 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러고 나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추격한다. 직장인이 되기 전 바둑밖에 몰랐던 장그래다. 이런 캐릭터의 반전치고는 너무 뜬금없다. 물론 이 에피소드도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다.

물론 드라마로 제작하면 원작은 변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도 일관성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드라마 '미생'은 19회까지 계약직이란 이유로 혹은 사내 정치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원이 겪어야 는 냉대와 차별에 집중해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이 사회적 아픔을 격앙되지 않게 차분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세련된 연출로도 주목받았다.이런 상황에서 '미생'의 마지막 선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향을 잃은 각색이 큰 아쉬움을 남긴 것. 불륜에 액션 활극을 연상케하는 갑작스러운 탈장르로 '미생'은 마지막까지 '완생'이 되지 못했다.

'미생'을 마지막회를 본 시청자도 시쳇말로 '멘붕'에 빠진 눈치다. 트위터 등 SNS에는 '오피스물에서 '본아이덴티티'로 갑자기 바뀌었네'(jerry0***), '지금 '미생'을 보고있는게 맞는건가. 가도 너무 갔네'(mayfor***), ''미생'장르가 뭐지?'(MOj21Q2***) 등의 쓴소리가 적잖았다. 이 외에 ''미생'마지막회 한 편에 우리나라 드라마 장르 전부를 담았다'(am_Die***)는 비판까지 나왔다. 불륜에 장르 일관성을 뛰어넘는 액션 장면까지 나온 것에 대한 지적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미생'인가 'SNL코리아'인가'(herlan***)는 비판도 있었다.'SNL코리아'는 코미디 콩트쇼다.

양승준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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