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생' 안에서도 '미생'이었던 배우에요

2014. 12.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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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그래 뒤 소품 같았던 '영업2팀 비정규직' 김가영

최근 개봉 영화 '카트'에서도 비정규직으로 출연

"진짜 끝났네요. 처음 시작할 때 끝이 안 보였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우느라 사진 한 장 못 찍고.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모두들 감사했습니다."

배우 김가영(34)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올해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미생>에 출연한 배우다. 페이스 북의 글은 14일께 <미생> 19회를 촬영하고 올린 소감이다. 글과 함께 올린 <미생> 출연진과 제작팀의 단체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가 미생에 출연한 배우였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심지어 미생 출연자 소개코너에도 그의 이름과 맡은 배역은 없다. 그는 영업2팀 비정규직 장미라 사원으로 출연했다. '장그래' 역의 임시완이 사무실에 앉아있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그의 얼굴이 마치 소품처럼 프레임에 걸렸다. 어쩌면 드라마에서 그는 '미생'이자 '장그래'였는지 모른다.

김가영은 2006년부터 대학로 연극판에서 활동한 무명배우다. 1년에 3~4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운이 좋게도 첫 출연한 드라마 <미생>이 대박을 쳤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처음 (드라마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20회까지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2편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지난해 흥행한 영화 <변호인>에서 대학생 진우(배우 임시완)와 같이 재판을 받는 학생의 가족으로 나왔다. 단역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카트>에도 출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역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는 좀처럼 없다. "배우도 비정규직인 셈이죠. 어쩌다보니 비정규직 역할만 하게 된 거 같네요." 그는 <미생>에 출연하면서 최장 12시간까지 기다린 적이지만 드라마 종영이 아쉽기만 하다.

"단역이었지만 소중한 순간이었고, 대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지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드라마에 참여한 것이 행복했어요." <미생>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그는 몸짓으로 최선의 연기를 펼쳤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전화기를 집어 들었고, 파일을 뒷자리 배우에게 넘겼다. 계산기를 두들겼다. 모두 대본에는 없는 내용들이다. "임시완씨와 같이 프레임에 걸리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앉아있을 수도 있지만 제 몫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꿈은 10년, 20년 뒤에도 "단역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글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못 돌린 프로필 돌리고 신랑 밥도 잘 챙겨주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겠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로 끝난다.

 글 박미향기자mh@hani.co.kr, 사진 김가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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