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미생', 빨간 눈이 통곡보다 더 슬펐다

2014. 12. 2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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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 가끔은 붉게 충혈되기만 한 두 눈이, 엉엉 소리내 터져버리는 울음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 '미생'이 그랬다. 드라마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큰 호감을 샀던 오차장(이성민 분)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이날 방송은, 이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극적이고 슬플 수 있었던 순간이 담겨졌지만 오히려 감정을 자제하면서 시청자들을 더 울컥하게 만들었다.

일반 드라마 화법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오차장이 회사에서 한번 감정을 터뜨리거나, 후배들과 얼싸안고 울면서 시청자들의 감정 몰입을 더 높이는 방법을 택했을 상황. '미생'은 오히려 오차장을 가장 덤덤하게 그려내면서 열정을 다한 회사생활의 끝이 이렇게 허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차장은 오히려 더 기분 좋게 아침 일찍 출근해 사직서를 내고, 친했던 동료들과 하나씩 티타임을 갖고, 평소처럼 영업3팀 직원들과 소주 한잔을 기울인다.

그만둘 것을 은근히 종용하던 회사나 그가 눈엣가시였을 임원들이 오차장의 사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생략됐다. 그저 빈 책상에 사직서 한장을 놓으면 깔끔하게 정리되는 관계.

오차장과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선차장(신은정 분)만이 좀 더 버티라고 조언하지만, 오차장은 "직장인은 매일 아침 사표를 쓰지 않느냐"며 오히려 덤덤한 척을 해낸다.

동료의 사표 앞에서 감정을 표하기도, 억누르기도 애매한, 회사 편을 들기도, 회사를 욕하기도 난감한 그 어색한 심정은 고과장(류태호 분)의 리액션으로 잘 나타났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봐온 동료의 마지막 인사에 고작 "건강 잘 챙겨"라고 말했다. 회사 안에서는 그토록 정이 들었던 김대리(김대명 분) 마저도 눈이 붉게 충혈될 뿐이었다.

그래서 술자리 이후 오차장이 없는데서 터져나오는 영업3팀의 눈물은 더 슬펐다. 김대리는 끝까지 오차장을 웃기려 노력하다가, 거리에 나서서야 소매에 눈물을 훔친다. 장그래(임시완 분)는 끝내 복잡하고 죄송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오차장만 졸졸 따라가다가 '안데려줘도 된다'는 말에 그냥 발길을 돌린다. 그는 혼자 자기 방에 들어서서야, 무릎을 꿇고 빈다.

가장 사랑받았던 캐릭터의 가장 극적인 순간에도, 회사 내 실제 분위기를 잘 살려냈던 순간. '미생'은 덤덤해서 더 슬프고 억울한, 중견 직장인들의 최후도 훌륭하게 묘사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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