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아기

박병일 기자 입력 2014. 12. 20. 08:21 수정 2014. 12. 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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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기는 태어난 지 두 달 된 '카이라'입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아기의 부모 '킨클' 부부는 이 사랑스러운 아기를 안을 수 없습니다. 만져서도 안되고 볼이나 손에 뽀뽀를 해서도 안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딸을 평생 바라보기만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 아기가 가진 병은 아마도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던 최악의 병일 거예요." 아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엄마는 말합니다. 카이라의 병은 'recessive dystrophic epidermolysis bullosa' 입니다. 의학 사전을 찾아보니 '퇴행적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으로 유전자 변이에 의해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물집이 생기고 피부와 점막에 통증이 생기는 희귀한 유전성 질환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이라는 만지거나, 살짝 스치거나, 긁거나 하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카이라의 경우는 증세가 매우 심해서 흔한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가 떼어도 심한 물집과 통증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옷에 붙은 상표나 조금 까칠한 옷 조차도 우리 아기에게는 치명적이에요. 아기 손을 잡을 수도 없어요. 그러면 물집과 함께 아기가 아파서 막 울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손에다 붕대를 감아놓은 거에요." 엄마가 이 아기를 안으려면 두텁고 부드러운 담요로 한번 감싼 뒤 안아야 합니다.

실제로 카이라는 매일 깨끗한 붕대로 양손과 양 발을 감싸줘야 합니다. 혹시라도 두 살과 네 살짜리 언니들이 카이라가 예쁘다고 손이나 발이라도 만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흔한 애완견이나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카이라가 땅바닥에서 뒹굴다가 혹시 바닥에 얼굴을 스치기라도 하면 물집과 통증이 있기 때문에 항상 집안에 그네처럼 매단 침대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카이라는 매주 금요일 스탠포드의 루실 패커드 아동 병원에서 진료를 받습니다. "아직까지 치료할 방법은 없다고 해요. 스탠포드와 미네소타 대학에서 이 병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통증이나 물집이 조금 덜 생기게 할 수는 있어도 완치시킬 방법은 아직 없대요."

카이라의 통증 완화를 위한 정기적인 병원 치료는 카이라 부모에게는 사실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카이라 가족이 든 의료 보험으로는 1년에 2천 만원 가까이 드는 병원 치료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이라 부모가 언론 취재에 응했던 이유도 이 희귀 병을 세상에 알리고 또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연구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합니다.

기자가 이 병에 대해서 인터넷을 뒤지던 중 의외로 이 희귀 병을 앓고 있는 아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2004년 영국의 채널 4에서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소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돼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미국에서도 2003년 "살과 피"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돼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의 고통이 생생히 전달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직접 느낀다는 것은 아무래도 다를 겁니다. 그 누구도 그 병을 앓고 있는 아기와 그 부모가 겪는 고통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카이라 부모는 말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끊임없는 기도가 참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저희는 우리 딸이 겪는 이 고통을 다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어요." 기자가 소원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소원이요? 딱 한 번이라도 제 딸 아이를 맘놓고 꼭 껴안아 보고 싶어요."

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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