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왜 재밌는지 이제 알겠네요
[TV리포트 = 이혜미 기자] "시청자들도 지루해할 것" "이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가 없다"
여기 게스트도 출연자도 입을 모아 안 될 거라 장담한 프로그램이 있다. 누구도 성공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품지 않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예상을 깨고 순항해 9%의 시청률이라는 케이블치곤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노예형제 이서진 옥택연의 '삼시세끼'가 바로 그 주인공.
'삼시세끼'의 포맷은 분명 단조롭다. 타이틀 그대로 '삼시세끼'에 초점을 맞춰 직접 작물을 수확하고 삼시세끼를 만들어내는 두 남자의 소박한 옥순봉 라이프를 담아냈을 뿐 자극적인 조미료는 단 1g도 첨가되지 않았다. 대신 당사자는 고되지만 시청자는 즐거웠던 수수원정기가 천연조미료로 그 역할을 십분 해냈다.
특히 카테고리를 분류할 수 없는, 세대를 초월한 게스트들의 출연은 '게스트의 품격'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상 깊은 하모니를 냈다. 옥순봉 랭킹 최상위에 군림하는 할배들 이순재 김영철 백일섭 신구를 시작으로 텃밭 브레이커 김지호, 옥택연을 설레게 한 그녀 고아라,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이서진을 사로잡은 살림꾼 최지우, 수수원정대의 자랑스러운 일원 김광규 이승기, 체험일꾼 손호준, '삼시세끼'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한 윤여정 최화정까지 그 개성도 가지각색이었다. 세대도 캐릭터도 다르지만 이들은 예능이 내릴 수 있는 화제성을 십분 만끽하며 매력을 한껏 뽐냈다.
어디 그 뿐인가. 2014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견공 밍키와 이서진을 흠모하던 염소 잭슨, 그리고 일용할 양식을 제공했던 닭 그룹까지. '삼시세끼'의 마법은 게스트를 넘어 동물들에게도 캐릭터를 부여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에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나영석PD의 섬세한 연출은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 시리즈를 하나의 공룡 콘텐츠로 자리 잡게 했다.
분명 '삼시세끼'가 만들어낸 건 무공해 버라이어티. 그러나 방영 중에도 '삼시세끼'는 끝없는 의문을 낳았다. '그저 밥을 짓고 먹을 뿐인데 왜 재미있지?' 라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최화정이 내놨다. 옥순봉을 만끽한 최화정은 19일 방송에서 "인생의 즐거움은 좋은 사람과 밥 한 끼 먹는 거다. 너무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나타냈다. 함께 어울려 정성껏 또 즐겁게 만들어낸 소박한 밥 한 끼. 시청자들이 '삼시세끼'에 환호한 이유다.
이혜미 기자 gpai@tvreport.co.kr/사진 = tvN '삼시세끼'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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