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대표팀 녹이는 '잘 노는 푼수 엄마' 신태용

조회수 2014. 12. 20. 07: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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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는 대개 감독을 아버지,코치는 어머니에 비유한다.묵직하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 감독의 뒤에서 꼼꼼하게 살림살이를 챙기는 코치의 역할을 어머니에 빗댄 것인데, 그만큼 팀에서 코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는 어떤 어머니들이 존재할까?

​오늘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4명의 '어머니' 중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어머님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긴장감으로 꽁꽁 얼어붙은 대표팀 분위기를 녹여주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 신태용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 신태용

직책: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코치

​취미: 시비걸기

특기: 폭풍 잔소리

늘 정확한 훈련을 안내하는 바른생활 어머니 까를로스와

미리 장비를 점검하는 꼼꼼한 어머니 박건하,

성실한 어머니 김봉수 코치들의 모습과 신태용 코치의 스타일은 사뭇 다르다.

시범을 보이며 휴식을 취하고,

궁금한 것은 다 만져보고 건드려 보는 호기심 넘치는 엄마다. 본격적인 체력훈련에 들어갔을 때도 다른 어머니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직접 자세를 교정해주는 김봉수 GK코치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며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는 박건하 코치

다른 엄마들이 철저하고 적극적인 스타일이라면 신태용 코치는 동네 마실나온 아주머니 같은 느낌이 다분하다. 그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폭풍 잔소리가 함께 한다.

그중에서도 최고참 차두리에게는 더 많은 애정섞인 잔소리가 쏟아졌는데...

잔소리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던가. 훈련내내 괴로웠던 차두리다.

차두리가 까를로스 코치에게 동작을 교정받을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잔소리를 쏟아붓는 신태용 코치였다.

다른 동작에서도....

사실 어머니라기 보다는 철없고 얄미운 삼촌에 가까웠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스스럼 없는 농담과 잔소리가 주변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가기 전 마지막 기회인 만큼 첫 날은 물론이고 이틀, 삼일이 지나도록 훈련장 분위기는 많이 경직된 상태였다. 낯선 환경에, 낯선 감독님, 낯선 선수들끼리 모여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되는데 긴장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말 많은 푼수 엄마 신태용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소집 닷새째 드디어 대표팀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19일 오전 강창학구장에서 열린 훈련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화기애애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부상자 2명을 제외한 26명이 세 개의 조로 나뉘어 족구경기를 펼칠 때 였는데, 신태용 코치는 반 강제로 '5만원 내기'를 걸어 딱딱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정산은 저녁 먹을 때 할 것이며 카드는 안받는다'며 철저하게 노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꽁꽁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5일 만에 드디어 녹아내렸다.

'에헤~~~'

깔깔깔~

'나이스~~'

'ㅎㅎㅎ~'

'오늘 훈련은 좀 다른데ㅎㅎ~'

'와~~ 이렇게 심판 불신할거야?'

심판으로 나선 박건하 코치까지 합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와~ 이건 아니지~ 비디오 판독!! 비디오 판독!!!'

'아따~ 일이 커졌네ㅋㅋㅋ'

그런데 그들의 즐거운 족구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먼 발치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과하다 싶으면 말릴 법도 한데 굳이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힘이 바짝 들어갔을 때보다 오히려 느슨할 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싶었던 것인지 슈틸리케 감독은 멀찌감치 떨어져 안보는 척 그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오늘은 그냥 즐겁게 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 훈련이 어떤 점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훈련을 마무리 했다. 긴장을 푸는 것은 좋지만 이 역시 훈련이라 인식하며 놀라는, 한 마디로 놀 때도 '잘' 놀아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의 한 마디였다.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어머니와 못본 척 뒷짐지고 있다가 한 마디 툭 던지고 나가는 무뚝뚝한 아버지. 의도된 설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쨋든 보기에는 쿵짝이 꽤 잘 맞는 부부였다.

어차피 경기력이라는 것이 무조건 힘을 준다고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풀어짐은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근엄한 아버지 슈틸리케와 푼수 엄마 신태용의 조합은 꽤 괜찮은 느낌이든다. 앞으로도 푼수 엄마 신태용이 지금처럼 쭉 '잘' 노는 엄마였으면 한다. 사실 놀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잘' 노는 것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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