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이정미 주심 재판관도 '해산'에 손들어

나성원 기자 2014. 12. 2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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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깬 '8대 1' 분석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에서 "오랜 세월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가 훼손돼선 안 된다"며 유일한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관 의견이 8대 1로 '해산' 쪽에 쏠린 이번 결과는 보수 성향 우세로 분석된 재판관 구성을 감안해도 예상을 깬 것이다.

김 재판관은 대부분의 쟁점에서 통진당 해산에 반대했다. 그는 "통진당 일부 구성원의 사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해서 이를 전체 정당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적 기본질서 전복 세력은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배제할 수 있다"며 "정당 해산은 원칙적으로 선거 같은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 내 민족해방(NL) 계열인 자주파가 모두 북한을 무조건 추종한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과거 민혁당 잔존세력이 통진당을 장악했다는 정부 주장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진당의 핵심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의 경우 국내 진보 정치인들이 수십년간 주장한 것들을 종합했을 뿐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이 표방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사회'는 각국의 다양한 진보정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다만 통진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미국과 싸운다거나 대한민국의 국가기간 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모임 내 활동을 통진당 전체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이 가져올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독일공산당 해산 후 12만5000여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해고됐다"며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붉은 낙인'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음으로써 깊이를 더해 간다'(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는 제나라 관중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포용하는 '자율과 조화'의 정신이야말로 헌법 전문의 본질"이라고 의견을 마무리했다.

이번 5기 헌법재판소는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진보 성향 재판관들의 퇴임 후 전반적으로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야당이 지명한 김 재판관은 판사 출신으로 이정미 헌법재판관과 함께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이번 사건 주심을 맡은 이 재판관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비(非)서울법대 출신으로 유일한 여성 재판관이다. 헌법재판관 중 소수의견을 많이 낸 편에 속하지만 이날 선고에서는 해산 인용 결정을 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 합의로 재판관에 지명돼 중립으로 분류됐지만 이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해산을 인용했다.

보수로 분류된 다른 재판관들 중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지명으로 2011년 재판관에 임명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임명으로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 헌재소장에 올랐다. 여당이 지명한 안창호 재판관도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공안통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른 재판관들은 모두 법관 출신이다.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은 박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 김창종 이진성 재판관은 이명박정부 때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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