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암흑의 시간 시작됐다"..당분간 정치재개 어려울듯

2014. 12. 19. 2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 진보당 앞날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사건에서 정당해산을 결정하자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주변 사람들과 가볍게 악수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대표는 헌재 앞에서 "오늘 이후 자주, 민주, 평등, 평화통일 강령도, 노동자·농민·민중의 정치도 금지되고 말았다.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죄송하다. 오늘 저는 패배했다.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죄, 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 오늘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우리의 손발을 묶을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저녁 노동·사회단체가 서울광장에서 주최한 '박근혜 2년 못살겠다! 다 모여라! 국민촛불' 집회에 김미희·김재연·오병윤 의원 등과 참여해 "그 모든 부족함과 앞으로 닥쳐올 시련에도 불구하고 꿈을 잃지 않겠다. 진보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헌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이 마주해야 할 현실은 엄혹하다.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에 있는 당 사무실을 7일 이내에 비워달라"고 통합진보당에 통보했다. 사무처는 이날 저녁 6시50분 헌재 결정서가 도착함에 따라 통합진보당에 제공된 사무실과 각종 예산의 지원을 즉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일단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고 앞으로 민주주의의 후퇴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날로 국회를 떠나게 된 이상규 의원은 "물리적 대응보다는 정치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시위, 토론회 등의 방법 말곤 선택지가 별로 없다. 야권 전체가 통합진보당을 위해 거리로 나서주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헌재 결정을 앞두고 학계·노동계·시민사회단체에서 꾸렸던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란 틀이 있지만, 이를 동력 삼아 대정부 투쟁을 해나가기엔 힘이 부친다.

새 정당 등록신청 가능하지만똑같은 당명·유사 강령은 금지대정부 투쟁 방법에 한계 있고'해산 찬성' 여론 설득까지 험난당원 결속력 다지는게 시급 판단당 관계자 "시민단체 형식될 듯"

당내에선 당원 조직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의회,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조직들을 지켜내는 일이다. 울산 지역 한 간부는 "헌재 재판관 성향을 감안할 때 이번 해산 결정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당원 결속력을 높이는 데 치중해 왔다"며 "당이 없어졌으니 이제 시민단체 같은 형식으로 모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권 인사는 "통합진보당은 당도 당이지만 경기동부, 울산연합, 광주연합 같은 정파와 조직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 버텨왔다. 쉽게 조직이 와해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을 위한 근본적 활동으로 돌아가겠다"며 '하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주와 평등, 평화, 통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꿈꿨던 '광주의 아들'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앞으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선관위는 해산된 정당 당원들이 새롭게 정당 등록을 신청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고, 통합진보당 당원의 피선거권도 박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당원들이 다시 모여 다른 이름, 다른 강령으로 새 정당을 만들 수 있고, 내년 재보궐선거에도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이번에 통합진보당 변호를 맡았던 이재화 변호사는 "헌재 결정은 이른바 '자주파'(NL)가 장악한 통합진보당은 위헌이란 것이므로, 통합진보당 주요 인물들이 기존 강령과 노선을 갖고 이름만 바꿔 정당을 만들면 대체정당에 해당돼 금지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에 붙여진 '종북' 꼬리표를 어떻게 떼느냐도 과제다. 한 보수 인사는 "여론조사에서 국민들 60%가 통합진보당 해산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겪은 한국전쟁이란 집단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통합진보당이 잘 헤아리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한 핵심 인사는 "개인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순 없지만 대중활동을 했던 사람들로서 우리 색깔을 가지면서도 국민정서에 맞는 가치를 표방해야 한다. 지난 과오를 돌아보고 이 시대에 어떻게 조응할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이승준 김규남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왕따' 당한 민주주의, 김이수 헌법재판관 법리 들여다보니…'섬뜩한 눈빛'의 조현아 사진…어떻게 생각하시나요?[화보] 북한의 겨울…있을건 다 있다, 어그부츠에 패딩점퍼까지[포토] 사진으로 본 통합진보당의 역사…창당에서 해산까지[카드 뉴스] 한 눈에 보는 '땅콩 리턴' 전말…조현아의 운명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