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피날레' 가장 어울리는 무대는 '대표팀'

입력 2014. 12. 19. 10:33 수정 2014. 12. 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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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슈퍼스타를 떠나보내는 방법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의 공식 은퇴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지성은 1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의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인트호벤과 페예노르트 간의 2014~2015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지에 14라운드 경기에서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통하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 그것도 아시아 선수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진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에인트호번은 네덜란드 최고의 명문이자 유럽무대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 중 하나다. 박지성의 유럽무대 도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팀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지난 2013-2014시즌 QPR에서 임대이적 형식으로 에인트호번에서 마지막 1년을 함께한 바 있다.

한국축구의 자부심, 박지성

박지성이 마지막 임대 시절을 포함해도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한 것은 약 4시즌에 불과하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에인트호번이 박지성을 팀의 '레전드'로 인정해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박지성을 아시아 최초의 구단 앰베서더로 위촉한 맨유에 이어, 에인트호번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두 명문 구단들에게서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모두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은 한국축구의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에인트호번의 예우는 박지성이나 국내 팬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실 에인트호번은 박지성에게 영광만큼이나 큰 좌절을 안겨준 기억도 있는 팀이다. 유럽무대 진출 초창기 박지성은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잔부상까지 겹쳐 고전했다. 아시아에서 온 무명의 유망주를 무시했던 팬들은 홈경기에서 박지성에게 야유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훗날 박지성은 당시 기억이 큰 충격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절치부심하여 오래가지 않아 에인트호번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팀을 네덜란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올려놓는 등 구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에인트호번에서 제작했던 박지성의 공식 응원가인 '위송빠레'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은퇴 선수 신분으로 에인트호번 홈구장을 찾은 박지성에게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박지성을 처음 유럽무대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참석했다. 박지성이 인사를 하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돌 때는 응원가 합창과 함께 티셔츠 모양의 대형 걸개가 등장하기도 했다.

'남쪽(한국)에서 온 전사(Warrior from The South)'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와 박지성의 골 세레모니 모습이 담겨 있었다. 10여 년 전 이 자리에서 홈팬들의 매몰찬 야유를 들어야했던 아시아 청년이, 이제 어느덧 팀의 전설이 되어 박수와 환호 속에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하는 격세지감의 순간이었다.

축구문화가 발달한 유럽답게 팀의 역사에 공헌한 선수에 대하여 외국인이라도 최대한 존중과 경의를 아끼지 많은 전통은 한국축구에도 많은 교훈을 남긴다. K리그에서도 아디(전 서울), 스테보(전 수원) 등 구단에 큰 족적을 남긴 외국인 선수들을 떠나보낼 때 최대한 예우하는 문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박지성 피날레에 가장 어울리는 무대는 '대표팀'

이로써 유럽무대에서의 공식적 피날레를 마친 박지성의 행보에 다음 관심사는 대표팀 은퇴식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001년부터 A매치 70회 이상 출전하고 공식적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은퇴식을 열어주도록 되어있다.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하석주, 김태영, 서정원, 이운재, 안정환 등이 이 기준에 따라 은퇴식을 치렀다. 가장 최근 A매치에서 은퇴식을 치른 것은 이영표(2013년 11월 15일 스위스전)였다.

박지성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100경기에 나서서 13골을 기록한 바 있어서 넉넉히 자격조건에 부합한다. 박지성은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직후인 2011년 1월 이영표와 같은 시기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직 은퇴식을 열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브라질월드컵까지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어서 은퇴식을 미뤘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박지성은 무릎부상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대표팀 복귀를 최종 고사했고, 그해 5월 은퇴를 선언했다. 월드컵 이후에는 사령탑이 교체되고 대표팀이 개편으로 분주한 시기를 보내면서 박지성의 은퇴식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내년 1월에도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박지성의 은퇴식은 2월 이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박지성은 지난 5월 은퇴선언 직후, 국내 무대에서 에인트호번-경남 FC의 친선전, K리그 올스타전 등을 통하여 국내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가진 바 있다. 하지만 박지성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무대는 역시 대표팀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박지성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끌며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기가 좀 늦어진 감은 있지만 박지성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짧은 순간이라도 101번째 A매치를 소화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면 어떨까. 실제로 황선홍이나 홍명보, 이운재는 마지막 A매치에서 유니폼을 입고 잠시나마 선수로 뛰는 것으로 은퇴식을 장식한바 있다. 물론 당시 그들은 대표팀 은퇴와 별개로, 선수로서는 아직 현역 신분이었다는 차이는 있다.

박지성이 올해 갓 은퇴했을 시점에는 대표팀이 한창 중요한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라 따로 박지성만을 위한 이벤트를 마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내년 아시안컵이 끝나고 난 후에는 당분간 일정에 여유가 있다. 풀타임 출전은 어렵겠지만 10~20분 정도라면 한국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선수를 예우하는 데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은퇴 경기에 한해 박지성이 임시 주장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벤트도 가능하다. 단지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전설에 대한 한국축구만의 리스펙트(Respect) 문화를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다.

박지성의 마지막 A매치는 2011 아시안컵 준결승 일본전이었고, 당시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시나마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팬들 앞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것도 서로를 위하여 의미가 있지 않을까.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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