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서두원 "송가연 상대 20전 베테랑..그래도 싸웠다" ➀

2014. 12. 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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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송가연(20·팀원)은 '격투기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여성종합격투기의 독보적인 스타다. 그러나 프로전적은 2전 싸운 게 전부다. 지난 14일 '로드 FC 020'에서 다카노 사토미(일본)에게 첫 패배를 당한 송가연을 두고 논란이 가열됐다.

서두원(33)은 송가연이 속한 종합격투기팀 '팀원'의 수장이다. KBS '해피선데이'의 리얼 버라이어티 코너 '남자의 자격' 합창단 시즌 1에서 '노래하는 파이터'로 베이스를 맡아 대중에도 잘 알려졌다.

그러나 로드 FC 밴텀급(-61kg) 챔피언 이윤준(26)을 배출한 '팀원'의 코치이자 페더급(-66kg) 타이틀전을 앞둔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MK스포츠는 18일 '팀 대표와 코치, 선배의 입장에서 서두원이 말하는 송가연은?'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김지훈(32) '팀원' 코치도 동석하여 보충 설명에 참여했다.

송가연은 '로드 FC 020'에서 경기 시작 4분 29초 만에 다카노의 '역삼각 기무라(Inverted Triangle Kimura)' 기술에 항복했다. 서두원은 "송가연의 그래플링이 이제 수련 1년 차라면 다카노는 무려 11년째다. 중학생 때부터 유도와 주짓수를 했다"면서 "우리도 처음에는 다카노의 전적을 8전 3승 5패로 알았다. 그러나 준프로시합까지 포함하면 20전 11승 2무 7패였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종합격투기 웹사이트 '셔도그'는 송가연에게 이긴 다카노를 '4승 5패'라고 표기하고 있다. 로드 FC 출전을 앞두고 '3승 5패'로 알려진 이유다. 그러나 남성보다 열악한 여성격투기 현실에서 일본 군소대회까지 미국에서 다 아는 것은 무리다.

"일본 쪽 연락을 받고 너무 강한 상대가 아니냐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한 서두원은 "그러나 이미 경기는 성사된 후였다. 송가연의 선수 인생이 1번 진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플링은 타격보다 수련기간과 실력 격차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두원도 "패배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그래플링 열세를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는 부족했다. 상대와의 '운동기간' 차이도 실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서두원은 제자가 그래플링 약점을 드러냈다고 해도 클린치나 그라운드 상황 자체를 피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1·2차전 모두 타격 장점을 보인 송가연뿐 아니라 서두원과 김지훈 그리고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 모두 적극적으로 전진하는 유형이다.

"우리는 '저돌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강조한 서두원은 "송가연이 타격보다 그래플링이 약하다고 해서 넘어지지 않으려 도망 다니며 원거리 타격으로만 싸우게 할 생각은 없다"면서 "'팀원' 소속원은 상대를 KO 시킬 생각으로 케이지에 오른다. '점수 따먹기'로 이기려 하는 팀이 아니다"고 말했다.

'팀원'이 추구하는 송가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서두원은 "앞으로도 때리고 눕히고 압박해서 KO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역량을 중점적으로 배울 것"이라면서 "그라운드에서도 상대에 기술을 걸 수 있는 수준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타격과 그래플링, 입식공방과 그라운드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선수를 지향하는 것이다.

물론 꿈과 현실이 일치하진 않는다. 서두원도 "송가연은 이제 프로 2전 그리고 그래플링 수련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원하는 기량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수긍하면서 "아직 작전수행 능력도 부족하다. 통상적으로도 1~3전은 세컨드 지시 이행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안 들린다. 이번 경기에서도 미흡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특정 분야를 중점 보완한다기보다는 강점으로 평가되는 타격은 더 향상되고 그래플링도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오길 원한다"는 서두원의 말에는 아직 송가연의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시각이 드러난다.

일각에선 송가연의 상대로 다카노가 낙점되자 "난타전으로 얼굴이 상하면 '상품가치'가 훼손되니 타격이 아닌 그래플링 강자를 택했다"고 보기도 했다. 이에 서두원은 "송가연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예쁘다는 칭찬보다는 멋있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면서 "케이지에 올라가면 여자가 아닌 격투기 선수이길 원한다. 송가연은 다른 어떤 인터넷 여론보다 격투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을 가장 심한 '악성 댓글'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격투기 선수로 송가연의 장점은?'으로 전환됐다. 서두원은 "훈련에 진지하게 임하고 열정적이다. 격투기에 대한 '진정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카노전에도 스트레이트 2연타로 상대 고개를 젖히게 했다. 코치진들은 앞으로 2~3년 연마하면 여성종합격투기에서 드문 KO 욕심도 부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로드 FC 017'에서 8월 17일 치러진 야마모토 에미(일본)와의 데뷔전도 거론됐다. 서두원은 "연습 때 잘하다가 실전에 못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사람들은 야마모토가 쉽다고 했으나 긴장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씩 웃으면서 입장하는 것을 보며 많이 놀랐다. 이처럼 송가연은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고 격투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팀원'이 추구하는 스타일 이전에 송가연 자체가 공격적이고 싸움닭 기질이 다분하다"고도 덧붙였다.

송가연은 패배 후 '상대와 인사를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송가연을 포함한 현장의 팀원 식구들은 나중에 다카노 일행과 웃으면서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해명한 서두원은 "송가연은 이제 2전 선수다. 방송에 잡힌 순간은 경기에 지고 넋이 나간 채로 퇴장하는 과정이었다. 첫 패배에 경황이 있겠는가? 지고 나서 코치진이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더라"면서 "물론 결과적으로 보기 좋지 않았던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화면을 의식해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억지로 인사하고 나중에 모른척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정리하고 나서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 직후가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송가연한테 인사를 다녀오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 3번째 경기에 임하는 송가연은 언제 볼 수 있을까? "경기 후 부상은 없으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단 연말까지는 쉬라고 했다. 준비를 1월에 시작한다면 다음 경기는 빠르면 3월부터 가능하다"고 말한 서두원은 "그러나 '업그레이드 송가연'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난타전만이 아닌 기술적인 세밀함을 보완하고 싶다"면서 "'팀원' 대표 입장으로는 빠른 복귀전보다는 7~8월 정도를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합마다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격투기 커뮤니티인 다음 '이종격투기 카페'에는 16일 '송가연 칭찬릴레이' 이벤트가 있었다. 서두원은 "이벤트에 송가연이 감동했다. 자신을 '격투기 선수'로 대하며 진지한 비판과 격려를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송가연은 아직 만으로는 20세도 안 됐다. 완벽하기보다는 실수가 당연한 나이다. 인격까지 모독하는 일부 반응에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팀 코치나 선배,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종종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도 격투기 애호가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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