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격수는 안 돼' 편견과 맞서야하는 강정호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014. 12. 1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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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편견.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스스로가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자의적 편견'이나 자신과 무관하게 생겨난 '타의적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강정호(27)는 자의적 편견보다 타의적 편견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고 포스팅까지 들어간 강정호에게는 수많은 편견과 오해가 존재한다. 그중 아시아 유격수에 대한 편견은 더욱 더 억울한 일이다.

사실 아시아 유격수라고 해도 역대 딱 네 명(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츠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가와사키 무네노리)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세 명이 엄청난 기대에 비해 큰 실패를 경험하면서 강정호는 억울한 편견과 맞서게 됐다.

가장 첫 사례는 그 이름도 유명한 '작은 마쓰이' 마쓰이 가즈오였다. 2004시즌을 앞두고 뉴욕 메츠와 3년 2,010만달러에 계약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마쓰이 가즈오는 이미 뉴욕 양키스 중심타선으로 활약하던 마쓰이 히데키와 비교되며 '작은 마쓰이'로 유명했다.

총 4회의 일본 골든글러브, 7번의 최고 유격수상 등을 휩쓸며 일본리그 최고의 유격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니 큰 관심은 당연했다. 카즈오는 데뷔 시즌 114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하며 선방하는 듯 했지만 문제는 타격이 아닌 수비에서였다.

일본에서 '최고' 소리를 듣던 마쓰이의 수비력은 메이저리그의 강한 타구에 곤혹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2004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유격수 중 수비율이 뒤에서 두 번째인 9할5푼6리에 그치며 무너졌다. 오죽하면 시즌 막판 뉴욕 메츠전 주전에서 제외된 뒤 2005시즌부터는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 포지션을 완전히 전환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유격수로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것. 물론 이후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록토버'의 일원으로 월드시리즈까지 오르는 등 족적을 남겼지만 메츠 시절의 우울한 흔적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쓰이로 인해 부정적 시각이 팽배했던 기억이 가실 때쯤 2010시즌을 앞두고 이번에는 또 다른 유격수인 니시오카 츠요시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532만9,000달러달러의 포스팅 비용에 3년 925만달러의 계약으로 미네소타 트윈스로 향한 그는 총액 1,500만달러의 금액이 말해주듯 큰 기대를 받았다.

그 역시 일본리그에서 8년간 3번의 골든 글러브를 받으며 수비력을 인정받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시즌 고작 60경기에서 실책 10개나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수비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2년간 71경기 출전에 그치며 계약기간 1년이 남았음에도 자진방출을 요청, 다시 일본으로 도망치듯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추가로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와 계약을 맺은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아예 메이저리그 조차 올라오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 90경기를 뛰며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불안을 드러낸 그는 올해는 트리플A는커녕 더블A까지 떨어져 사실상 2루수와 지명타자로만 경기를 나올 정도로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스즈키 이치로가 좋아 미국 야구까지 도전하게 된 가와사키 무네노리 역시 2012시즌 데뷔 후 메이저리그에서 백업 내야수로 꾸준히 활약 중(평균 80경기 출전)이긴 하지만 유격수로 진출한 자신의 의도와 달리 올 시즌은 사실상 2루수로만 대부분의 경기에 나서며 사실상 유격수로 분류 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모두들 '일본 최고'를 자처하며 갔지만 혹독한 실패만을 맛봤다. 그렇기에 강정호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들이 보기엔 같은 아시아인이지만 분명 한국인과 일본인은 다르다. 강정호를 영입하기에 좋은 팀으로 보이는 뉴욕 메츠 역시 마쓰이 가즈오라는 실패사례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봤기에 아시아 유격수를 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한국인 유격수는 시작도 안 했지만 강정호는 '아시아인'이라는 틀 속에서 타의에 의한 편견에 빠져있다. 과연 강정호는 '아시아 유격수는 안 돼'라는 편견과 색안경을 벗겨낼 수 있을까. 그 편견이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는 20일 나올 포스팅 금액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스포츠코리아,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jay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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