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단속하고, 누구는 안 하고.." 노점상도 '양극화'

김유진 기자 2014. 12. 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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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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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의 한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닭꼬치 노점상을 하는 이모씨(73)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평균적으로 하루 수입은 40만원. 수입의 50% 정도인 재료비를 빼고 수중에 남는 돈은 월 600만원 정도다. 그는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세금은 내지 않았다.

그는 20년 전 아는 형님으로부터 지금 장사를 하는 자리와 리어카를 1000만원을 주고 사들여 장사에 입문했다. 낡은 리어카는 버려버리고 오토바이 매대를 하나 제작해 시작한 장사는 IMF가 지나자 오히려 불이 붙었다. 잘 팔릴 때는 하루 70만원도 팔았다. 이씨는 이 돈으로 노량진과 영등포의 또 다른 길목에 아줌마를 써서 운영하는 노점상을 두 개 더 내기도 했다.

#2서울 성북구 대학로에서 남편과 함께 회오리감자와 국화빵 2개의 노점상 장사를 7년째 해온 최모씨(65·여)는 최근 국화빵 노점 자리를 '월세 임대'로 내놨다. 전기세와 노점상연합회비 등을 포함해 최씨가 월 6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최씨는 "이 거리에 완전히 새로 들어올 수는 없지만 기존에 노점을 하던 사람들의 경우 구청에서 4년 전쯤 등록을 받은 뒤 단속하러 나오지 않는다"며 "정말 잘 버는 사람도 있고 인기가 없는 품목의 경우 장사가 안 되기도 하기 때문에 월 매출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끼리의 관습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강남대로 등지에서 각 자치구의 노점상 단속이 시작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불법 노점상이 운영되고 있다. 매출은 노점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이씨와 최씨처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불법으로 자리를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노점상 수는 8662개이며 이 중 합법 노점상 수는 970개로 약 11%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점상 문제는 빈민의 생존권 보호와 건물에 입점한 상점들의 상권 등 여러 상반된 입장이 맞물리며 건드리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생계형 노점상을 대상으로 소통과 상생의 노점관리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각계 전문가들을 모은 협의체인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을 창단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는 반대로 상가 주인이나 가게 업주, 보행자 등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노점상에 대한 불만민원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8·여)는 "우리는 바보라서 비싼 월세에 세금내고 장사하냐"며 "물론 힘든 노점상이 더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게보다 장사 잘 되는 일부 노점상을 볼 때면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대에 대해 노점상연합회 측은 "노점은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운영하고 기껏해야 하루 3만원 벌기 힘든 노점도 부지기수다"라며 "거리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거리에 몰린 빈민인 노점상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밝혔다. 노점 한 곳 당 월 매출은 수십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크며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월 100만원을 벌기 힘든 빈곤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일부 지자체는 용역을 동원해 철거를 시행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고, 일부 지자체는 사진만 찍고 가는 '눈가리고 아웅'식 단속을 하는 등 지자체별로 대응이 달라져버리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거리가게 상생정책 자문단' 회의의 결과로 서울 종로구나 서대문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는 일부 도로를 중심으로 부스를 설치해 노점상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이 방식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에 매출이 뚝 떨어지거나 손님들이 찾지 않아 노점상들이 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하는 등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청 거리가게대책팀 관계자는 "서울시장에게는 각 구청이 시행하는 노점상 정책을 막을 권한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그러나 서울시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각 구청과 함께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김유진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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