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훈련·전투축구..'이런 전훈 처음이야'

서귀포 | 황민국 기자 2014. 12. 1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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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이색지도법에 태극전사 적응 진땀.. 분위기 과열 부상자도 속출

"원래 대표팀 훈련은 이런가요?"

요즘 태극전사들은 당혹스럽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해 지난 15일부터 제주 서귀포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지 어느덧 나흘째. 첫날에 선수들끼리 알아서 하는 '자율 훈련'을 하더니, 이제는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선배들로부터 소문으로만 들었던 '전투 축구'까지 훈련 메뉴로 나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에서 3번째)이 18일 제주 서귀포의 공천포 전지훈련센터 실내 연습장에서 카를로스 아르무아 대표팀 수석코치의 훈련 시범을 선수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서귀포 | 연합뉴스

국가대표로 첫 발탁된 새내기들은 선배들과 박자를 맞추려 눈치를 봤지만 기존 선수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만의 독특한 훈련 방식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중"이라며 "태극전사들의 슈틸리케호 체험 현장이라고 봐도 좋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자신의 색깔을 유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지금껏 4번의 A매치를 치렀지만 경기를 앞둔 훈련에서는 아무래도 실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터. 그러나 이번에는 전체적인 그림만 그려준 뒤 선수들 스스로 나머지를 완성하게 하는, 방목에 가까운 지도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축구 꿈나무 시절부터 타율적인 훈련에 익숙해진 선수들에게는 어색하기만 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자율 훈련은 매일 훈련 중간쯤에 시작되는 미니 게임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보통 감독이 원하는 대로 선수들의 전열을 짜게 마련인데 그는 '정반대'다.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공격과 수비를 짜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대표팀 최고참 수비수 차두리(34·서울)가 전방에서 골을 터뜨리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조끼와 비조끼로 주전과 비주전을 구분하는 방식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막내로 이름을 올린 미드필더 권창훈(20·수원)은 "감독님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따르던 훈련만 하다 이런 훈련을 하니 솔직히 어색하다"며 "생각을 많이 해야 버틸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자율 훈련이라고 긴장을 푼다는 의미는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전지훈련 성과를 놓고 아시안컵 최종 명단(23명)을 결정한다고 공언한 터라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몸을 만드는 '코어 트레이닝'에 나설 때면 마치 유격훈련에 나선 신병처럼 이를 악물기도 한다. 신태용 대표팀 코치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최대한 자세한 들여다보기 위해 자율적으로 훈련을 하다보니 선수들도 열심히 뛰느라 부상이 걱정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팀에선 생존 경쟁에 자극된 나머지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26·수원)과 박종우(25·광저우 푸리)가 각각 왼쪽 허벅지와 왼쪽 발목을 다쳐 훈련에서 제외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윤일록(22·서울)도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날 좁은 공간에서 공 2개로 축구를 하는 군대식의 '전투 축구'를 꺼낸 것도 선수들의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

현역 군인으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뽑힌 이정협(23·상주)는 "부대에서 하지 않는 훈련이라 신기하다"며 "선수들 모두 슈틸리케 감독님의 지도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시안컵에 꼭 가고 싶은 선수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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