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진PD "신입이 대장? '1박2일', 망할지도 몰라" [인터뷰]

2014. 12. 18. 16: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권지영 기자] 방송 1주년을 맞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의 기세가 무섭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평정하던 일요일 주말 예능에 고루하고 색다를 것 없다는 인상을 안기던 '1박2일' 시즌3의 출격. 하지만 곧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12월 1일 첫 방송된 '1박2일 시즌3'은 시작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렸다. 1년의 시간을 채운 '1박2일'은 이제 적수 없는 일요일 예능 왕좌에 올랐다.

이미 160번의 여행과 셀 수 없이 많은 복불복을 거듭했던 '1박2일'이다. 지난 2007년부터 7년 동안 세 번의 시즌을 지나고 있는 '1박2일'이 여행과 복불복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이렇게 웃길지 누가 알았을까. '1박2일'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에 조금 더 날을 세운 재미를 더한 유호진(34) PD는 시즌1에서 몰래카메라에 호되게 당했던 신입PD를 넘어선 '하이브리드 신입PD', '가재PD' 등의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감을 뽐내면서, 김주혁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정준영 등 여섯 멤버와 함께 위풍당당 '1박2일'을 설계 중이다.

'1박2일' 시즌3의 멤버들이 본인의 집 침대에서 부스스 눈을 뜨는 장면을 시작으로 편안하게 시작된 첫 방송. 익숙한 여행의 그림에 까나리 등 복불복 게임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멤버들의 캐릭터를 빠르게 소개해나간 '1박2일'은 익숙함 속 큰 웃음을 뽑아내는 유호진PD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면서 '1박2일'의 예전 명성을 되찾아나갔다. 유호진PD에 쏠리는 호평, 또 유호진PD가 아니면 현재의 '1박2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시청자의 반응을 짚는 것은 이미 늦은 얘기다.

하지만 유호진 PD는 당시 '1박2일' 시즌3의 메인 연출자 자리에 큰 부담을 느꼈었다며 "맡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연차가 어리니까 부담이 됐다. 아직 더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다. 막내를 면한 지 1년 정도 된 시점이었다. '달빛 프린스'에서 막내를 면했었고,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중간급 조연출이었다. 보통 4~5년 정도는 조연출로 일하면서 많이 배우는데, 갑자기 1년 만에 메인 연출자가 돼서 싫었다. 또 일이야? 싶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실패하면, 나는 꽃도 펴보지 못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회사원이다. 회사원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나보고 해야 된다고 한다면, 거기서 하는 거다. 결과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거다."

특히 유호진 PD는 KBS 예능국에서 본인을 '1박2일'의 PD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내부적으로 누구도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부담감이 크니까. 실패 했어도 그 사람의 커리어에 타격이 안 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면서 "나는 시즌1에 있었다는 내부 스토리의 연결이 가능하다. '1박2일'은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했다. 새로운 '1박2일'에 몰래카메라에 당했던 어리버리한 애가 대장으로 오겠다는데 되겠나, 라는 에피소드로 포장한 것이 시청자가 원했던 방향과 맞았다고 생각한다. 도박 같은 이 느낌은 회사가 원했던 방향이었다. 프로그램 전체의 메이킹을 생각한 거다. 서수민 CP는 '1박2일'을 둘러싼 그 자체를 생각해서, ''1박2일'이 망할지도 몰라'를 상품화 했다. 대단하다"라고 설명했다.

유호진 PD는 1년의 시간을 거쳐 오면서 시즌1에서 '신입PD'로 쌓았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유PD는 '1박2일'이 지닌 소박한 감성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들을 현장서 직접 배우고 익혔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의 대원칙들. 고상하지 말 것. 어렵지 말 것. 따뜻할 것. 지나치게 복잡하지 말 것. 웅장하지 말 것. 또 특유의 소박한 감각과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다. 나영석(시즌1 연출자) 형이 '다 좋은데 그래서 어떻게 웃길 거야'라고 묻기도 했다. 대본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웃기겠다'라는 건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논리가 있다. 다양한 가능성 안에서 전망을 하는 거다."

또한 유호진 PD는 '1박2일'의 가장 소중한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여섯 멤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맏형 김주혁부터 막내 정준영까지,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인물들을 예능적으로 풀어내 이들의 캐릭터를 마구 뽑아내는 유호진 PD는 멤버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현재의 '1박2일'을 만들었다면서, 이들 각 캐릭터를 하나씩 설명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유호진PD의 설명이 웃음을 안겼다.

"멤버들은 우연적인 조합이다. 계획했다면 이렇게 다채롭게 나오지 않을 거다. 우연이 많이 겹쳐서 지금의 균형 있는 라인이 됐다. 처음부터 멤버에 대해 내부적인 반대는 없었다. 김주혁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주혁 형은 좋은 사람이 가지는 좋은 기운이 있었다. 맏형이지만 억압적이지 않고, 때론 져주고 때론 챙겨주는 모습이 좋다. 데프콘은 당시 이미 블루칩이었다. 누가 먼저 쓰느냐의 문제였다. 정준영은 안 알려져 있었다. 정준영은 되게 '돌아이'인데, 예의가 바르다. 그게 정면으로 드러내는 예의바름이 아니다. 우리는 '돌아이'가 필요하지만 나쁜 아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착한 '돌아이'가 와줘서 다행이다."

"원래 김준현이 막판까지 조율됐는데 김준호가 합류했다. 준호 형이 생활적인 개그는 숙달이 돼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어떻게 적응할지는 감이 없었다. 자동차 토크를 열어보면, '우리가 백날 얘기해봤자 이거 뭐 보겠냐'는 얘기까지도 하던 사람인데, 역시 코미디의 세계에 살던 사람이다. 기본기가 대단한 사람이다. 약간 재밌을 수 있는 국면으로 접어들면 원투쓰리를 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거까지는 예상 못했다. 현장의 작가 같은 느낌이다. 연출은 차태현이다. 데프콘은 MC처럼 오디오를 만들어준다. 되게 유기적이다. 차태현이 방향을 결정하고, 이야기 얼개를 김준호가 잡으면 데프콘이 오디오를 만들고, 김주혁, 김종민이 각자 캐릭터로 망가져준다. 정준영은 내러티브를 만든다. 그게 되게 훌륭하다."

유호진 PD는 최근 방송에서 멤버들에게 몰래 카메라를 당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시즌1 몰래카메라에 이어 두 번째. 유호진PD와 멤버들의 수평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은 '1박2일' 시청자에게 편안한 웃음을 안긴다. 특히 요즘처럼 '갑질'이 이슈인 상황에서 '1박2일'의 정겨운 분위기는 시청자의 더 큰 지지를 얻는다.

"풍도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나뉘어 대결을 하는 구도였는데,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가장 많이 가족의 냄새를 맡았다. 물론 멤버들이 제작진의 미션에 대해 정말로 반발할 때가 있다. 시작은 김종민이다. 차태현은 경험이 많고 제작진과의 밀당 역사가 있어서 제작진도 말려들 때가 있다. 준영이는 머리가 좋아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준호 형은 저항은 하지만 웃음으로 마무리 한다. 데프콘은 제작진 입장이다. 반발을 할 때 가장 위협적인 건 주혁 형이다. 한번 반발하면 논리적이고 포스가 있다. 그래도 멤버들이 반발한다고 못 했던 건 없다. 주혁 형은 중간에 꺾어주는 미덕이 있다. 분량을 늘 생각한다. 사려 깊은 분이다."

'1박2일'의 인기가 날로 높아졌던 만큼, 각종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1년이다. '1박2일'은 꼭 1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각종 논란에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우리는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거 같다. 시청자층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좀 더 따뜻한 사람들이고, 착하고 보수적이다. 같은 시청자라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하는 게 다르다. 논란이 있을 때 우리의 귀책이 있으면 복기를 한다. 귀책이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으면, 그 때는 나름대로 조심할 것들의 리스트를 만든다. 이미 벌어진 일들은 어쩔 수 없다.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방송 1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맞은 '1박2일'이다. 게다가 12주 연속 동시간대 1위라는 대기록을 써나가는 중이다. 유호진 PD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언젠가는, 시즌1, 시즌2, 시즌3을 거친 모든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시즌1, 시즌2, 시즌3 멤버 대항전. 동문회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멤버 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른다. 우리는 가끔 회의 때 뜬구름 잡듯 이야기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jykwon@osen.co.kr

<사진>KBS 제공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앱다운로드]

[요지경세상 펀&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