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특집 인터뷰] ② '명보야 우리 젊잖아 같이 가자'

이현민 2014. 12. 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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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전 월드컵 때보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선수가 많았고, 수장이 홍명보였기에 기대가 더욱 컸다.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한국에 사상 첫 동메달을 안겼다. 그런 그의 지도력이 월드컵에서도 빛을 낼 줄 알았건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의리 논란'에 획일화된 전술까지 한국축구의 레전드가 순식간에 월드컵을 망친 장본인으로 내몰렸다. 물론 홍 감독의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본인조차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감독직을 고사했던 그를 대표팀에 앉혀 그동안의 공적까지 금이 가게 만들어버렸다. 결국, 모든 잘못을 홍 감독이 떠안게 됐다.

선수 시절부터 절친이자 이제는 함께 지도자 길을 걷고 있는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씁쓸해 했다. 황 감독은 홍 감독과 선수 시절 1990년대부터 2002 한일 월드컵까지 홍 감독과 공수에서 한국축구 양대 산맥이었다. 지도자로서 둘의 시작을 달랐지만, 선수 시절 성공한 이가 지도자로 성공 못한 다는 공식을 깨뜨린 공통점이 있다.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는데 갑자기 한 축이 무너져버렸다.

"브라질 월드컵, 내가 대표팀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 왈가왈부 할 수 없다. 실패라 생각지 않는다. 큰 무대에서 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못 내더라도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된 거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 대회를 발판 삼아 차분이 한 계단씩 밟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안 좋았을 뿐이다. 홍 감독의 능력이 이게 다가 아닌데…"

"신경 쓰일까 그동안 홍 감독에게 연락도 못했다. 아마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대표팀 감독은 부담 되는 자리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도 많이 받고 클럽 감독보다 몇 배 힘들었을 거다.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그런 생각도 했다. 이러다 한국축구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그러나 워낙 강인하고 현명한 친구라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거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 젊고 아직 가능성이 많다. 같이 한국축구를 위해 열심히 일했으면 한다."

현재 황 감독은 포항을 맡고 있지만, 대표팀 평가전이 끝나고 전화기에 불이 난다. 또 현장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하나같이 대형 스트라이커 얘기다. 황선홍-이동국 이후 마땅한 후계자가 안 나타나고 있다. 포항도 마찬가지다. 물론, 포항뿐 아니라 대부분 K리그 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사실 포항에서 공격수 키우기도 힘든데 대표팀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답이 없다(원톱 부재). 대학교까지 찾아 다니면서 수소문하는데 스트라이커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 전술적으로 타개해야 한다. 대표팀이나 우리팀(포항)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방안이 제로톱, 변형 제로톱이다. 클럽을 기준으로 1년에 50~60경기를 치른다. 원톱이 꼭 필요하다기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원톱이 없으면 그만큼 전술적 제약을 받고 상대를 괴롭힐 수 없다. 축구의 전술은 돌고 돈다. 지금은 스트라이커의 입지가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언젠가 다시 스트라이커 위주 전술이 쓰일 거다.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스트라이커 발굴을 위해 축구인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2008~2010), 포항(2011~현재) 사령탑을 지내며 꾸준히 대표팀 선수를 배출했다. 부산에서는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정성훈(콘사도레 삿포로), 양동현(울산 현대), 박희도(안산경찰청), 한상운(상주 상무), 포항에서는 이명주(알 아인), 신광훈, 김대호, 김승대, 강수일(이상 포항) 등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나마 김창수, 이명주가 대표팀에서 조금 빛을 봤을 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없다. 롱런 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 한 번 갔다 오면 끝인 줄 안다. 평가전에 꾸준히 부름 받고, 월드컵도 두세 번 정도는 다녀와야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건데, 그저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한다. 해외 진출한 경우 외국에서 대접받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마인드를 적극적으로 바꾸고 생각을 고쳐야 한다."

사진=포항 스틸러스, 인터풋볼, 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포항] 이현민 기자 first10@interfoot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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