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이제 '죽음의 탈출'은 없다

2014. 12.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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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더 이상 '죽음의 탈출'은 없다. 미국과 쿠바 양 국가의 국교정상화는 쿠바 출신 야구선수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쿠바와의 외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오바마는 "고립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쿠바와 새로운 관계 계선을 약속했다.

지난 1961년 양 국가의 교류가 단절되고 미국이 쿠바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교류 중단을 단행하면서 끊어졌던 양 국가의 관계가 다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메이저리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이미 자국 선수들의 해외 프로리그 진출을 허가한 상태기 때문에 양 국 사이 장벽이 없어지면 쿠바 출신 선수들이 정식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쿠바와 미국이 경제 교류가 막혀 있었기 때문에 쿠바 출신 야구 선수들이 미국에 뛰기 위해서는 위험천만한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봐온 쿠바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능력이 뛰어난 쿠바 선수들의 탈출은 범죄 조직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됐다. 자유와 새로운 기회를 원하는 쿠바 선수들은 위험한 거래임을 알면서도 그들과 손을 잡아야 했고, 때로는 협박을 당해야 했다.

LA다저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의 사례도 그 중 하나다. 푸이그는 탈출 과정에서 범죄조직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도 범죄 조직에게 연봉의 일부를 주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의 탈출을 주도한 길베르토 수아레즈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죄를 자백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텍사스 레인저스의 외야수 레오니스 마틴은 탈출 과정에서 가족들이 인질로 잡히고, 연봉과 보너스의 30%를 내놓는 노예 계약을 강요당했다. 유네스키 베탄코트는 2005년 밀수업자들에게 다리를 부러뜨리겠다는 협박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양 국가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쿠바 출신 선수들은 이런 목숨을 걸은 탈출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주변 나라 출신 선수들처럼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꿈의 무대로 갈 수 있게 됐다.

이는 메이저리그에도 큰 호재다. 'FOX스포츠'의 존 모로시는 "쿠바 인구는 도미니카 공화국보다 많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도미니카 공화국에 그랬던 것처럼, 현지 아카데미를 설립해 야구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1960년까지 쿠바 수도 아바나를 연고로 했던 트리플A팀 아바나 슈가킹스처럼 쿠바를 연고로 하는 마이너리그 구단이 탄생하거나 메이저리그 팀들이 쿠바에서 해외 경기를 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며 메이저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의 쿠바 국교 정상화에 대한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구단들에게 이번 변화가 쿠바와 관련된 사업 시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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