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수영]봐주기 조사 논란에 귀막은 국토부

2014. 12.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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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콩 회항' 파문]

[동아일보]

홍수영·경제부

"조사단에 대한항공 출신이 2명 포함돼 있어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16일 국토교통부 기자단의 송년간담회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 장관은 "2명은 기술적인 부분을 확인할 뿐 조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서 장관의 말은 '기술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대한항공의 기업가치에 큰 타격을 준 초대형 사건의 주무기관 수장으로서 부적절했다.

사건 초기인 8일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국토부 조사에서 "폭언은 없었고 스스로 책임지고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허위진술'했다. 이날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 임원 4명과 함께 국토부 조사에 출석했다. 이때 이미 회사 측으로부터 "국토부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기장과 사무장 출신이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를 들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 그가 조사받던 한 시간 중 약 19분은 대한항공의 객실담당 A 상무가 배석했다. A 상무는 박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사무장은 12일 검찰에 단독 출석해 국토부 조사 때와 정반대의 진술을 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까지 당했으며 회사 측으로부터 거짓진술을 강요당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황을 두고 국토부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국민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도 서 장관은 객관성이 보장된다며 "자신 있게 단언"했다.

국토부는 16일 승무원들에게 고성과 폭언을 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도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해 하기(下機)하라고만 했고 비행기를 돌리라고 한 적은 없다'는 코미디 같은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항공기 항로 변경 혐의는 적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번에 항공사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역량과 권위, 어느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 '봐주기 조사'를 했느냐보다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국토부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에 대한 질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래 놓고, 검찰과 같은 '칼자루'가 없어서 그랬다는 해명을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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