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쪽지 사과문'은 단 네 줄.. 박 사무장 "나를 배려하는 진정성 없었다"

2014. 12. 1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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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송에 직접 출연.. "회사 지시에 따라 확인서 10차례 이상 수정"

[오마이뉴스 손지은 기자]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관련, 당시 비행기에서 쫓겨났던 박창진 사무장이 KBS와 한 인터뷰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남긴 사과쪽지를 공개했다.

ⓒ KBS

이른바 '땅콩 회항' 당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의해 비행기에서 쫓겨났던 박창진 사무장이 방송에 직접 출연해 "국토부 조사는 진실성이 없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대한항공 임원 4명이 동석한 상태에서 국토부 조사가 이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의 집에 두고 간 '쪽지 사과문'에 대해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쓴 쪽지를 들고나와 공개했는데, 작은 수첩을 찢은 종이 위에 볼펜으로 아래와 같이 딱 세 문장 적혀 있었다. 앞서 대한항공 측은 조 전 부사장이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사무장과 승무원을 직접 만나 사과하기 위해 집에 찾아갔지만 부재중이어서 만나지 못하고 사과 쪽지를 남긴 채 돌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릴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

"국토부 조사, 회사 임원 4명이 동석한 자리에서 이뤄져"

박 사무장은 17일 밤 11시 방송된 KBS <뉴스라인>에 직접 출연했다. 이 방송은 지난 12일에도 박 사무장 인터뷰를 짧게 보도했지만, 17일 인터뷰는 좀더 긴 시간동안 자세히 이루어졌다.

그는 "(국토부 조사는) 개별 조사가 아닌 대한항공 임원 4명이 동석 한 상태에서 이뤄졌"으며 "첫 진술부터 회사 임원진이 브리핑을 한 뒤 '맞잖아, 이거지?'라고 물으면 제가 '예', '아니오'로 답하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조사실이 제대로 격리 되지 않아) 외부에 있던 임원진이나 관계자들이 진술 내용을 다 들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진실한 조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국토부의 재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를 마친 국토부가 피의자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에게 (조사 내용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마치 초등학생이 받아쓰기를 잘못했을 때 선생님이 '다시 써와, 다시 써와' 하는 것"과 같았다며 "회사의 지시에 따라 10~12차례 수정을 거듭해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확인서를 작성한 이튿날 오후에 "사내 메일로 국토부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워드파일로 보냈으니, 그것을 담당 국토부 조사관에게 제가 보낸 것처럼 전송하라는 연락을 회사로부터 받았다"며 "그 내용을 그대로 카피해 재전송 했다"라고 폭로했다.

"대한항공, 거짓진술 강요하며 '우리말만 믿게 돼 있다'고 얘기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관련, 당시 비행기에서 쫓겨났던 박창진 사무장이 KBS와 한 인터뷰에서 국토부 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 KBS

박 사무장은 또 자신이 서울에 도착한 지난 6일부터 대한항공 측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도착한 날 저녁, 저 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담당 상무로부터 (회항과 관련한) 최초 보고 이메일을 다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 간부가 거짓 진술을 강요하며 '(국토부 조사는) 검찰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거짓 진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말만 믿게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집에 두고 간 '쪽지 사과문'을 공개하며 "사과문 한줄한줄에 저를 배려하는 사과의 진정성이 담긴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사무장의 인터뷰 주요 발언이다.

"(국토부 조사는) 개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저와 다른 대한항공 관계 임원진 4명이 동석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기장과 그 외 부팀장인 승무원 한명까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진술을 하게 됐다. 첫 진술부터 제 대답보다는 회사 임원진의 브리핑, 답변으로 일관했으며, 저는 (회사 관계자가) '맞잖아, 이거지?'라고 물으면 '예',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정도의 조사가 이뤄졌다."

"회사 간부가 처음 회유했을 때, 거짓진술을 강요했을 때, 제가 분명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때 회사 관계자로부터 '이건 아무 일도 아니다, (국토부 조사가) 검찰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너나 다른 사람의 거짓 진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말만 믿게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서 (작성) 과정이 국토부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대한항공이라는 어떻게 보면 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상대 회사인데, 그걸 작성해서 가져오라고 했고, 저는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확인서를 작성하게됐는데 제 의지대로 작성할 수 있었겠나. (작성과정에서) 마치 초등학생이 받아쓰기를 잘못했을 때 선생님이 '다시 써와, 다시 써와'하는 것처럼 수차례 (회사의) 지시에 의해 수정을 거듭해 작성했다."

"(확인서 작성) 다음날 오후2시 경 회사로부터 연락 와서 전체 직원이 쓰는 사이트 내의 메일로, 국토부 조사 관련된 내용을 워드파일로 보냈으니 그것을 담당 국토부 조사관에게 제가 보낸 것처럼 전송하라고 해서 그 내용을 그대로 카피해 재전송 했다."

"오늘(17일) 아침 집에 들어가서야 쪽지를 확인하게 됐는데, 문을 열자마자 쪽지가 떨어졌다. 과연 이게, 이런 걸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 있는지, 준비된 사람의 사과라고 할 수 있는지."

"(쪽지를 읽고) 더 참담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할 거라고 생각을 했으나 전혀 준비된 사과도 아니었고, 그 사과문 한줄한줄에 저를 배려하는 사과의 진정성이 담긴 말은 없었다.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많은 고통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을 거라는 걸 저도 예상은 하지만 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저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대한항공을 관두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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