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차준호 기자의 우리동네 명물]송월동 동화마을

2014. 12. 1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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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돌아서면 동화속 주인공이 벽에서 튀어나올 듯

[동아일보]

2012년 단 한 명의 관광객도 찾지 않았던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오즈의 마법사 등 차별화된 주제로 입체적인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해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왼쪽 사진). 11월 문을 연 송월동 동화마을의 '돌고래 피자' 가게. 이 동네 토박이가 차린 이 피자 가게는 동화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경인전철 인천역 광장에서 길을 건너 왼쪽 방향으로 200m 걷다 보면 인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송월동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한 뒤 한때 독일인 등 외국인이 거주하던 부자동네였다. 북성포구를 중심으로 수산업이 번성하여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1970년대 연안부두가 생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0년 '인천역 주변 정비사업'에서 해제된 뒤 젊은이는 없고 저소득층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낙후지역이 됐다.

그런 송월동이 최근 활력을 되찾았다. 지난해 4월부터 동화마을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수도권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14일 동화마을 입구. 연인을 비롯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동화마을로 이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단체로 이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동화마을을 찾은 형초롱 씨(25·여·인천 부평구)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예쁘게 치장한 조형물이 있는 집 속에 진짜 마을 주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고 말했다.

동화마을은 단순한 벽화마을과는 차이가 있다. 세계 명작 동화 등을 주제로 건축물과 담장 등의 상태를 감안해 정비 방안을 세우고 거리별로 이야기를 구성해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했다. 차별화된 주제와 내구성 있는 재료, 입체적인 벽화를 통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제대로 된 동화마을을 구현했다.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면 동화 속 주인공들이 튀어나와 "동화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말을 건넬 것만 같다.

오즈의 마법사(미국)를 배경으로 한 '도로시 길'을 비롯해 △빨간모자(프랑스) 속 할머니를 찾아가는 주인공 소녀가 그려진 '빨간모자 길' △백설공주(독일), 신데렐라·잠자는 숲 속의 공주(프랑스), 아라비안라이트(이슬람 문학) 이야기가 펼쳐져 있는 '성의 나라 길' △전래 동화 숲 속 동물이 그려진 '동물나라 길' 등 좁은 골목길을 따라 총 11개의 세계 명작 동화를 배경으로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2년 거의 없었던 송월동 관광객이 올해는 50여만 명이나 찾았다. 동네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당초 43가구만 참여했던 동화마을 조성 사업에 현재 132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토지 매매 가격도 2012년에 비해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송월동 토박이들은 동화마을에 걸맞은 '맛집'을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 김영옥 씨(55·여)는 동화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돌고래 피자' 가게를 열었는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다. 피자 가게 전체가 돌고래 모양을 하고 있는 데다 가족과 연인들이 쉽게 들고 먹을 수 있도록 해 인기다. 김 씨는 "동화마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과 간식거리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돌고래 모양의 빵에 불고기와 칠리소스 맛을 곁들인 피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032-761-1791

5월 말 직장을 그만두고 동화마을이란 카페(커피숍)를 차린 홍정환 씨(29)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데 사진 촬영할 장소가 많아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동화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한 공로로 최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상'을 받은 김홍섭 중구청장은 "앞으로 동화마을 체험관을 조성하고 국내외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는 등 동화마을을 활성화해 구도심 회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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