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세계챔프 최성원.. 새 역사 썼다

2014. 12. 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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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공의 마술사' 최성원 세계를 뒤집다-한국서 열린 첫 세계선수권서 한국인 사상 첫 우승 쾌거-세계랭킹 3위 급상승… 내년 2월 월드슈퍼컵 출전권 획득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해냈다!"

파란 당구테이블의 귀공자 최성원(37ㆍ허리우드/부산시체육회)가 시상대 위에 올라서선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쉿' 하는 입모양을 냈다. 그리곤 주먹을 불끈 쥐며 "해냈다"라고 큰 소리로 포효했다.

감정 기복이 없기로 유명한 그도 꿈에도 그리던 월드챔피언이 되니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꽃다발이 파르르르 고속 RPM으로 떨려왔다. 아마 이대로 스트로크를 구사했다면 십중팔구 '삑사리'(큐미스)가 났으리라.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선 그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살짝 고였다.

'내가 월드챔피언이다!' 최성원이 월드챔피언포인트인 40점째 득점에 성공한 뒤 큐를 흔들며 포효하고 있다.

서울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체조관에서 지난 11월 30일 열린 제67회 세계3쿠션당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최성원은 세계랭킹 2위이자 수십년간 당구계의 전설로 군림해온 토브욘 블롬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거둔 쾌거다.

이날 결승전에서 최성원은 선공인 블롬달에게 7-15로 먼저 리드를 허용했으나 11번째 이닝에서 24-18로 역전에 성공한 뒤 중간휴식을 가졌다. 관록의 블롬달이 17번째 이닝에서 7득점 하이런으로 34-36으로 다시 치고나갔지만 최성원은 20번째 이닝에서 5득점하며 40점에 도달, 40-37로 3점 차의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의 주인이 됐다.

지난 달 26일부터 닷새간 열린 이 대회에서 최성원은 48명에서 16명을 가리는 리그전에서 안토이네 골람과 라몬 로드리게즈를 연파한 뒤 16강전에서 원조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 8강전에서 세계 3위 에디 메르크스를 꺾으며 큰 산을 넘었다. 이어 4강전에서는 복병 서현민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3쿠션 월드챔피언 최성원.

최성원은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골람과의 첫 경기에서만 에버리지 1.29를 기록했을 뿐, 이후 모든 경기에서 2~3점대의 에버리지를 유지하는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3쿠션 경기에서 이닝당 득점을 뜻하는 에버리지가 1점만 돼도 프로선수의 수준이며, 1점대 후반 에버리지는 세계 정상권의 실력이다.

한편 준결승전에서 최성원에게 패한 서현민은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 매우 낮은 세계 순위(141위)로 와일드카드 지명을 받아 출전해 공동 3위에 오르는 조용한 반란을 일으켰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3쿠션 월드챔피언 최성원. 이날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그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였다. 감정기복이 없는 경상도 사나이도 이날의 기쁨은 그 만큼 컸다.

▶세계선수권자 배출, 한국 당구계가 거둔 역대 최고 쾌거=종목별 한해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당구 3쿠션 경기에서도 최고 권위의 대회다. 의외성과 이변이 잦은 3쿠션 경기에서 한 해 3~5회 가량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세계 3쿠션 월드컵 대회 우승시 랭킹포인트가 80점인 데 비해, 세계선수권은 우승시 120점, 준우승의 경우에도 81점을 준다.

이번에 우승한 최성원 또한 120점을 한번에 수확하며 세계 6위에서 3위로 수직점프했다. 이 같은 성적은 최성원의 커리어 상으로도 가장 높은 순위이며, 역대 한국 선수중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김경률이 지난 2011년 한 때 세계 2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더욱이 세계선수권은 이제까지 한국 선수가 넘지 못하는 철옹성이었다. 지난 1928년 시작돼 이전까지 66회나 대회가 열렸지만 한 번도 한국 선수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 선수중 한 명이었던 고 이상천도 넘보지 못 했던 대회다.

그나마 근접했던 것이 최성원이다. 지난 2010년 네덜란드 슬루이스킬 세계선수권에서 3위 입상하며 가능성을 본 최성원은 2012년 포르투갈 포르투 세계선수권에선 에디 메르크스에게 막히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그 외엔 한국 선수의 입상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추격자'라는 별명답게 지독스럽게 세계선수권을 노려왔다. 최성원은 대회 전 인터뷰에서 "선수라면 세계선수권자는 꿈이다. 올해 목표"라며 이 대회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런 집념이 마침내 커다란 결실을 맺었다. 세계선수권 세계선수권 우승과 준우승, 3위 입상을 모두 경험하는 이색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온라인 생중계한 코줌코리아의 오성규 대표(전 대한당구연맹 국제이사)는 "국내 당구 선수들과 팬들이 성원해준 덕에 드디어 한국당구가 성과를 냈다"며 최성원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최성원(왼쪽에서 두번째)이 화환을 든 채 2,3위 입상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왼쪽은 세계랭킹 2위이자 이번 대회 준우승자인 토브욘 블롬달, 최성원 오른쪽으로는 공동 3위인 장 폴 드 브루인(네덜란드)과 한국의 서현민.

▶활짝 연 최성원 시대, 3쿠션 세계 1위도 보인다=최성원은 2011년 최대 상금규모의 아지피(AGIPI) 마스터스, 2012년 터키 월드컵에 이어 이번 세계선수권도 우승하며 국내 선수중 가장 뛰어난 국제대회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마다 기량이 성장하고 있어 한국 선수 최초의 세계 1위 등극도 기대할 만 한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이미 국내외 당구 관계자들은 그와 세계 탑랭커와 기량 차가 없다고 단언한다.

최성원은 뛰어난 득점력에 강한 정신력과 섬세함까지 겸비해 약점이 거의 없는 올라운더로 통한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큰 국제대회나 어려운 경기에서도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다. 그는 올해 8월 열린 국내대회에서는 한 이닝 26점으로 하이런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한국 랭킹 1위 허정한이 보유한 22점이다.

이제 최성원은 또 한발 나아간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2월 21일(현지시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리는 2015년도 월드슈퍼컵 출전이 확정됐다. 상대로는 부동의 세계랭킹 1위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이 유력하다.

월드슈퍼컵은 세계선수권자와 세계랭킹 1위가 대결하는 일종의 왕중왕 결정전이다. 2001년 시작돼 2010년까지 10년을 이어오다 중단됐으나 5년만에 재개하기로 최근 결정됐다. 출전 자체가 대단한 일인 이 대회에서 만약 최성원이 우승한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부를 만 한 대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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