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토크쇼' 신은미씨 집안의 逆說(역설)

김형원 기자 입력 2014. 11. 29. 02:57 수정 2014. 11. 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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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콘서트 보도를) 봤더니 정말 기가 막혀요. 딴사람이 된 것 같아."

전국을 순회하는 토크 콘서트로 '종북(從北)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교포 신은미(53·사진)씨의 한국 가족과 친지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에서 "종북 콘서트 한다는 사람이 우리가 아는 그 신은미냐"는 전화가 걸려오고, 신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의 내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이 차례로 알려지자 가족·친지들은 "다른 집안도 아니고 우리 집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가족·친지에 따르면, 신씨의 최근 행적은 집안 내력에 비춰보면 역설(逆說)에 가깝다. 신씨의 외조부는 1948년 제헌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제정을 주도한 박순석 의원(무소속·1960년 별세)이고, 작고한 신씨의 부친도 영관급 육군 장교로 6·25전쟁에 참전해 최북단까지 진군했던 군인이었다. 외조부인 박 의원은 특히 국보법 제정에 대해 "이 법안이 잘돼야 인민공화국이 되지 않고 자손만대에 자유 국가를 물려줄 수 있다"고 했을 만큼 강경한 반공주의자였다. 부친 또한 신씨가 어릴 때부터 인민군의 만행에 대해 들려줬다고 한다. 친가와 외가 모두 친북과는 타협할 수 없는 집안이었던 셈이다.

신씨는 그러나 외조부가 기틀을 마련한 국보법을 '천하에 몹쓸 법'이라고 했다. 그는 방북 기행문에서 "외할아버지는 과연 자신이 밀어붙였던 국가보안법이 대(代)를 이어 천하에 몹쓸 법이 될 줄을 상상이나 해보셨을까. 외할아버지의 의도와는 다르게 국가보안법의 생리가 변절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는 앞으로 외할아버지께서 못다 내려놓은 '참회의 빚'을 짊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신씨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차녀로 어린 시절 유명 어린이 합창단의 일원으로 세계 공연을 다닐 만큼 노래에 재능이 있었다고 가족·친지들은 전했다. 그는 서울의 유명 예중, 예고를 거쳐 명문 사립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둔 신씨는 2002년 돌연 이혼하고, LA에서 SAT 입시학원을 하는 정모(58)씨와 재혼했다. 한 친지는 "은미가 이때부터 집안과 차츰 멀어지면서 북한을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한 가족은 "처음 북한에 다녀왔다고 했을 때는 놀러 다녀온 줄만 알았지, 북한이 어떻다며 이런 얘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너는 나랑 만나지 말자'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신씨에게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신씨는 북한 관련 활동을 말리는 거듭된 설득에도 "나는 하늘 아래 떳떳하다"고 항변했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가족들은 "연락 안 한 지 3~4년쯤 됐다"고 말했다.

신씨의 가족·친지들은 한결같이 "LA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은미가 변했다"고 말했다. 실제 신씨에게 방북을 권한 사람이 현재의 남편 정씨다. 정씨는 한때 하루에 북한 영화를 한 편 이상 시청할 정도로 북한에 관심이 깊었다고 한다. 그는 친북 성향 인터넷 매체 '자주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南)은 자본주의 사회로 개인주의적으로 일하며 자신이 돈 벌기 위해 일을 하지만 북(北)은 사회주의 제도로 배급제가 존재하며 노력 동원도 있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노력을 바친다"면서 "우리 민족의 동질성의 본질은 전혀 달라진 게 없으며 본질이 변했으면 남쪽이 더 변했다"고 말했다. 한 친지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파혼 문제로 물의를 빚은 재미교포 프로골퍼의 외삼촌이라고 한다.

한편 법무부가 미국 국적인 신씨 부부에 대해 앞으로 입국을 금지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신은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2월 4일 국회에서의 강연을 마지막으로 (조국을) 떠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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