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진 학생 비율 서울이 최고.. '영포생' 2배로
서울의 학습부진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어가 부진한 고교생(2학년) 비율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영어 포기자'로 전락한 서울지역 고2는 지난해보다 2만4500여명이나 많아졌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학교 3학년, 고교 2학년 전체 학생 107만여명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3개 과목에 대해 지난 6월 24일 시행됐다. 성취도 평가는 '보통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학습부진) 등 3단계로 학생들을 구분한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서울이 5.6%로 전국 1위였다. 이어 전북(5.0%) 강원(4.9%) 세종(4.8%) 경기(4.7%) 순이었다. 눈에 띄는 건 서울 고교생의 영어·수학 부진 현상이다. 서울 고교생의 영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1년 5.0%, 2012년 4.0%, 지난해 4.1% 수준이었지만 올해 9.4%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받은 서울 고교생 46만9990명 중 1만9200여명이 영어 기초학력 미달이었다. 올해는 46만4920명이 응시해 4만3700여명이 미달로 나타났다. 1년 새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2만4500여명 늘어났다. 수학은 2011년 6.6%, 2012년 6.6%, 지난해 6.4%에서 올해 7.5%로 1.1% 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학업성취도를 살펴보면 보통 이상의 비율은 지난해 80.2%에서 올해 80.8%로 0.6% 포인트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지난해 3.4%에서 올해 3.9%로 0.5% 포인트 상승했다. 학생 간 '학력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직선 교육감이 책임감을 깊이 느껴야 한다"며 "자유학기제, 9시 등교 등과 같이 학교의 가르치는 기능이 약화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율형사립고 등이 밀집한 서울에서 일반고 황폐화가 심화된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면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 빠져나간 일반고에서는 수업 자체가 불가능한 학급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도시와 농어촌 간 학력 격차는 지난해까지 감소 추세였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도시와 농어촌 간 '보통 이상' 학생 비율 차이는 2011년 7.3% 포인트에서 지난해 5% 포인트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다시 5.2% 포인트로 상승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 차이도 2011년 0.8% 포인트에서 지난해 0.3% 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0.4% 포인트로 벌어졌다.
평가원은 "부모와의 대화·활동이 많은 학생, 교사와 관계가 좋은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학생일수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낮았고, 한부모·조손가정 등 학습 환경이 취약한 학생들은 이 비율이 높은 특징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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