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여야 대표 15년간 63번 교체 .. 선거여왕 박근혜, 상대 9명 갈아치워

강태화 입력 2014. 11. 29. 00:12 수정 2014. 11. 2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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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여당·야당 대표 흥망사여 행복은 야 불행 '제로섬 게임' 평균 수명 여 7.8개월, 야 4.5개월 공천·인사·재정 결정 등 권한 막강선거서 패배하면 물러나 파리목숨 박영선 비대위장, 한 달 만에 퇴진정세균 "야당서 유일하게 2년 채워"

'독배(毒杯)'라고도 불리는 자리다. 정당의 대표직을 그렇게도 부른다. 권한은 막강하다. 공천권을 비롯해 당직 인사권, 재정 결재권 등을 쥔다. 대통령과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이어 국가 의전 서열 7위(여당)와 8위(제1야당)다.

 하지만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3김 시대'가 막을 내린 2000년 이후 여야 대표는 무려 63번(권한대행·비상대책위원장 포함) 바뀌었다. 보통 당 대표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모두 채웠다면 여야 공히 8번 정도만 바뀌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자리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다. 이 기간 여야 대표의 수명을 계산해 보니 각각 7.8개월과 4.5개월이었다. 당 대표 자리를 독배에 비유하는 이유다.

 지난 15년간은 야당 대표가 더 자주 바뀌었다. 여당인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이 23번, 새정치민주연합(전신 정당 포함)이 40번이다.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하는 등 이합집산을 반복해서이기도 하지만 선거에서 더 많이 진 탓이다.

 여당·야당 대표는 '제로섬(zero sum)'게임을 해왔다.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 합계가 영(零)이 되는 게임이 제로섬 게임이다. 여당 대표의 행복은 야당 대표의 불행이었고, 야당 대표가 잘나갈 땐 여당 대표가 불운했다.

 2000년대 초반은 '이회창의 시대'였다. 2000년 1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국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으로 간판을 갈고 4월 총선에 임했지만 결과는 133석 대 115석으로 한나라당의 승리였다. 이회창이 '대세론'을 형성하는 동안 당시 여당 대표는 서영훈·김중권·한광옥·한화갑으로 계속 교체됐다.

 그러나 2002년 두 번째 대권 도전에서 또 다시 패한 뒤 한나라당은 위기에 몰렸다. 대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 823억원을 트럭째로 받은 '차떼기' 사건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겹치면서 박희태·최병렬 대표가 줄줄이 물러났다. 당시 2004년 4월 총선의 승장이었던 여당 대표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그러나 그가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하고 난 뒤 열린우리당 대표는 단명의 대명사였다.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박근혜 대표가 등장한 뒤부터다. 박 대표는 2004년 이후 2005~2006년 재·보선과 2006년 지방선거 등 2년간 모든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 임채정·문희상·정동영 의장 등이 줄줄이 선거에 패배하며 4~5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그렇게 열린우리당 대표는 4년 동안 10번 바뀌었다. 평균 재임기간이 4.5개월에 불과했다.

 2007년부터 한나라당을 이끈 강재섭 대표는 이듬해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여세를 몰아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전열을 수습한 야당이 2008년을 넘어서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이었던 정세균 의원이 대표가 되면서다. 열린우리당+구 민주당+손학규계가 합친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했다. 이번엔 한나라당 대표가 수모를 겪었다. 정몽준 대표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내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에서 출마가 유력한 정세균 의원이 "역대 야당 대표 중 내가 유일하게 2년 임기를 (거의) 채웠고, 임기 동안 상대 당 대표 2명을 갈아치웠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 의원 역시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긴 뒤 7월 재·보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2011년에도 야당은 강세를 보였다. 여당이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가 대립하며 분열했지만 야권은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결집했다. 손 대표는 2011년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이던 경기 분당을 선거에 직접 출마해 당선됐다. 한나라당 전성기를 이끈 강재섭 전 대표와의 싸움이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물러났다. 손 대표는 그해 10월 재·보선에서도 승리해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를 결과적으로 몰아냈다.

 손 대표는 2012년 대선을 겨냥해 야권 대통합 카드를 꺼냈다.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의 극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문재인+이해찬 세력(시민통합당), 시민단체, 한국노총과 결합한 게 민주통합당이다. 그것이 손 대표에겐 결과적으로 실(失)이 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초대 대표에 오르면서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한때 한나라당을 앞섰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다시 등장해 '완패'가 예상되던 선거전을 뒤집었다. 홍준표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고 등장한 '박근혜 비대위'는 15년간 이어온 파란색 한나라당을 빨강색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그러곤 총선에서 이겨 한명숙 대표를 3개월 만에 물러나게 했다. 손 대표는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공천 주도권은 친노계에, 대선 후보 자리는 문재인 후보에게 넘겨줘야 했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민주통합당은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거쳐 김한길 대표 체제로 재기를 모색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의 시련은 '잔혹사'를 방불케 할 만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신당과의 합당을 성사시키며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한때 기세를 올렸으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는 승리가 점쳐지던 지방선거에서 재미를 못 봤고, 한 달 뒤 열린 7·30 재·보궐 선거에서 공천 잡음을 일으키며 패배해 4개월 만에 붕괴됐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놓고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해 한 달여 만에 중도하차했고, 우여곡절 끝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다시 난파선의 선장을 맡았다. 그 사이 여당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내 주류·비주류 간 전면전 끝에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등장했다.

 비대위 체제로 와신상담 중인 야당은 내년 2월 8일 새 선장을 뽑는다. 김 대표의 파트너로는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S BOX] 야당의 파이터 손학규·정세균

2000년 이후 여야 대표 중 상대를 가장 많이 갈아치운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04년 3월 23일 당시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와 '탄핵 역풍'에 흔들리던 상황에서 대표를 맡았다. 이후 그는 2006년 6월까지 각종 선거에서 연승을 이어갔다. 이 사이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비대위)→유재건(임시 의장)→정동영→김근태로 바뀌었다. 9명이다.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이라는 뜻)로 불렸던 황우여 새누리당 전 대표도 알려지지 않은 고수다. 그가 당을 이끌었던 2012년 5월부터 2년간 야당은 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간판을 갈았다. 이 과정에서 박지원(비대위)→이해찬→문재인(대행)→문희상(비대위)→김한길→김한길·안철수로 야당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야당에선 손학규·정세균 대표가 여당에 '물을 먹인' 파이터다. 손 전 대표는 2010년 10월부터 1년여 민주당을 이끌었다. 본인이 출마한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안상수→황우여(권한대행)→홍준표→박근혜(비대위원장) 등 4명의 여당 대표를 상대했다. 한나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해 당명까지 변경했다. 정세균 전 대표도 2008년 7월부터 박희태→정몽준→김무성(비대위)→안상수 등 4명의 여당 대표와 맞붙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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