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 "우리 종훈이 링에 오르게 해주세요"
복싱협회는 문제해결 언급도 안 해.. 문화부·체육회, 진상 파악 나서
"우리 종훈이가 다시 링에 오를 수 있게 해주세요."
국제복싱연맹(AIBA)과 프로선수 계약 위반 논란으로 선수자격을 정지당하고, 중징계 위기에 몰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어머니의 안타까운 호소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렸다.
엄미자씨가 28일 겨울비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대한체육회 앞 도로변에서 아들 신종훈이 선수생명 위기를 맞은 사실을 알리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한체육회 제공 |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5·인천시청)의 어머니 엄미자씨(47)는 28일 대한복싱협회를 찾아가 장윤석 회장(새누리당 국회의원·영주)이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겨울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대한체육회 쪽 입구 앞 대로변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시위를 벌이던 엄씨는 관심을 보이는 팬들의 반응에 왈칵 눈물을 쏟으며 대성통곡했다.
"우리 종훈이는 어려서부터 복싱밖에 모르고 운동해왔어요.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가 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태극기를 휘날렸는데, 종훈이가 뭘 잘못했다고 선수생명을 끊으려고 하시나요."
복싱협회로부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장 회장님을 만나고 싶은데, 최희국 사무국장님이 연락처도 주지 않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린 엄씨는 "내일은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님께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신종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진상파악 절차에 들어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AIBA가 복싱협회 회장과 임원을 승인하도록 돼 있는 조항이 복싱협회 정관에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부는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 중 유일하게 국제연맹이 국내 협회에 공공연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어떻게 복싱협회 정관에 포함됐는지, 또한 어떻게 해서 문화부 장관 승인까지 받았는지 파악 중이다. 대한체육회는 이 조항의 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외국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AIBA는 국내 복싱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고위 임원이 주축이 돼 2009년부터 수차례 복싱협회에 징계를 내리는 횡포를 저질러왔다. AIBA의 입맛에 맞는 현 집행부는 사실상 'AIBA 통치'를 인정하는 임원 승인권을 정관에 넣어 2012년 12월12일자로 문화부 승인을 받았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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