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기소개서 표절하고도 합격..추천서도 표절 심각

조국현 기자 입력 2014. 11. 28. 20:27 수정 2014. 11. 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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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번엔 MBC 단독보도입니다.

대학입시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 이 자기소개서가 표절됐다는 걸 알면서도 상당수 대학들이 학생들을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에다 교사들의 추천서 역시 표절이 심각했지만 대학 측의 검증은 미흡했습니다.

조국현, 신지영 두 기자가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 조국현 기자 ▶

한 수험생이 작년 대입 수시 모집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입니다.

'여름이면 사슴벌레를 잡으러, 겨울이면 연날리러 갔던 추억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일을 영어로만 통화하는 이모부 모습에 놀랐다.'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 참신한 문장들이지만 알고 보니 이 표현들은 2011년과 2012년 다른 자기소개서에도 똑같이 쓰였습니다.

대학들이 수시전형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모두 표절로 드러난 것입니다.

대학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 학생은 원하는 학과에 최종합격했습니다.

작년 전국 국공립대 40곳의 입시 결과를 전수조사해 봤더니 자소서 표절 판정을 받은 학생 10명 중 1명꼴로 최종 합격했습니다.

전체 자기소개서의 유사도가 5%를 넘으면 의심, 30%를 넘을 경우 위험으로 분류하는데 이미 대학에 제출된 자기소개서들 중 상당수는 이와 같이 거의 똑같은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서울대는 표절 '의심' 수준으로 판명된 7명 중 1명을 합격시켰고, 서울교대는 8명 중 4명이 합격했습니다.

◀ 서울교대 관계자 ▶

"(유사도가) 5% 이상 10% 미만이에요. 수능과 내신이 되게 좋은 학생들이라 점수를 하향 조정했어도 합격했습니다."

서울과기대의 경우 표절 '위험' 판정을 받은 학생도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 서울과기대 관계자 ▶

"물론 점수는 최하점을 줬어요. 그런데 본인이 충분히 (표절을) 잘못했다 하고 있어서 (합격을 줬죠.)"

◀ 신지영 기자 ▶

'지원자는 인성에 있어서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

과학시간에 '개구리 마취와 해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런 문장 등은 거의 토씨 하나 안 바뀌고 교사추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데요.

유사도 검사를 했을 때 표절이 의심되거나 위험한 수준의 교사 추천서만도 3천 개가 넘습니다.

수시원서 접수철이 되면, 교사 한 명이 써야 하는 추천서만 4,50장에 이르다 보니,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파악해 독창적으로 쓰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도 내신 공부에 수능 준비도 하고 자기소개서까지 쓰려니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 강신영 ▶

"글을 많이 써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그것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 한동연 ▶

"잘 써야 된다는 부담도 있고, 붙어야 된다는 압박감도 있기에..."

특히 자기소개서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생각에 꼭 붙어야 된다는 부담까지 작용하면, 표절과 같이 옳지 않은 선택에 손을 뻗는 경우도 생기는 겁니다.

여기에 대학도 성적 우수자를 뽑겠다는 욕심에 자기소개서에서 표절이 일부 드러나도 '다른 항목의 성적이 좋았다'며 합격시키고 있어 잘못된 선택을 부추기고 있는 셈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입학사정관들이 제출된 서류를 갖고 겉보기식 심사를 하다 보니 지원자들도 겉치레에 치중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강인환/배명고 교무기획부장 ▶

"그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을 찾아내는 노력이 조금 더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는 뽑는 인원이, 종합적으로 뽑는 인원이 생각보다는 좀 많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표절에 대해 학교마다 제각각인 처리 기준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MBC뉴스 신지영입니다.

(조국현 기자 joj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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